<레 미제라블 2>_빅토르 위고, 민음사
워털루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영화보다 더 극적인 실제의 우연의 순간이 쌓여 운명이 된 사건의 일례로 꼽힌다. 하필 전날 비가 와 공격시간이 늦춰졌고 하필 네 장군은 적군이 퇴각한다고 오판하였다. 또 하필 절벽 끝의 구렁을 보지 못하여 협곡에서 수많은 기병을 잃었으며 하필 양치기의 도움으로 웰링턴이 간절히 기다리던 블뤼허가 먼저 프로이센 지원부대를 이끌고 나타난다. 이 정도면 워털루는 신의 뜻이다. 장발장의 운명도 그러하다.
그는 군함 오리옹의 사고로 다시 한번 탈옥의 기회를 얻게 되고 몽페르메유를 가자마자 코제트를 만나며, 코제트와의 생활이 안정되자마자 자베르에게 발각된다. 자칫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흐름일 수 있으나 작가가 앞서 워털루 전쟁이라는 드라마틱한 역사적 사건을 매우 상세하게 기술함으로써 장발장의 운명 역시 제법 있을 법하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장발장의 두 번째 운명이라 할 수 있는 수녀원으로의 피신 장면도 그렇다. 지나치게 장황하리만큼 늘어놓는 수녀원의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역사는 하필 밖으로 나가야 하는 빈 관을 등장시키고, 하필 그 관에 숨어 자베르의 추적을 따돌리고 코제트를 지켜야 하는 장발장의 숙명과도 같은 행운에 말도 안 되는 개연성을 부여한다. (거듭된 개연성으로 납득을 시키는 건지, 읽다 지쳐 받아들이게 하는 신묘한 테크닉인 건지 헷갈리지만 어느 쪽이든 정말 대단한 글쓰기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는 것 같은 재미와 더불어 장발장을 몰락의 구렁텅이에서 두 번이나 구해준 종교(1권에서 미리엘 주교의 집과 2권에서의 수녀들의 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만하다. 또한 천부적 악인으로 묘사되는 테나르디에가 어쩌다 우연하게 행한 유일한 선행, 죽은 자들의 물건을 훔치기 위해 워털루의 시체의 바닷속에서 퐁메르시 장교를 구해낸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도 궁금하다. 절대 이런 걸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로 심어 두진 않을 양반이므로 3권을 기대해 본다.
"그것은 그가 만난 두 번째 흰빛의 출현이었다. 미리엘 주교는 그의 마음의 지평선에 여명을 떠오르게 해 주었고, 코제트는 사랑의 여명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p.232
"그리고 또 그는 자기 일생의 두 위기에서 자기를 연이어 맞아들여 준 것은 천주의 두 집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첫 번째 집은 모든 문들이 닫히고 인간 사회로부터 배척당했을 때였고, 두 번째 집은 인간 사회가 다시 뒤쫓기 시작하고 형무소가 다시 입을 벌렸을 때였는데, 첫 번째 집이 없었다면 그는 다시 범죄에 빠졌을 것이고, 두 번째 집이 없었다면 그는 다시 형벌에 빠졌을 것이다.
그의 온 마음은 감사로 누그러지고 그는 더욱더 사랑하고 있었다."p.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