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9편] 영화 '빅'

영화와 함께

by 딴딴한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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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꽤 오래된 영화 '빅'(1988년)을 봤다. 그동안 짧은 미디어 덕분에 영화 보는 게 거부감이 들었다. 이사도 했고 뭔가 건강한 멘털을 회복하기 위해 아이를 재운 후 와이프와 영화 한 편을 꼭 같이 보기로 결심했다. 넷플릭스를 클릭했다. 진짜 아는 영화도 없고 재밌어 보이는 것도 없다. 도파민 중독 때문인가. 그리도 구관이 명관인 경우가 많기에 좀 오래된 영화 카테고리를 들어갔다. 눈에 띄는 한 글자 제목 '빅'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없고 빅이라는 제목도 깔끔하니 마음에 든다. 게다가 더 서칭 했다간 그대로 잠들 것 같아서 빠르게 픽을 하고 영화를 봤다.


초등학생인 주인공 조슈아가 키가 작아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 창피를 당한다. 빨리 크고 싶은 마음에 우연히 발견한 소원 비는 기계에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기도를 한다. 다음날 진짜 어른(톰 행크스)이 됐다. 그렇게 톰행크스가 된 죠슈아가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면서 겪는 사건들을 담은 영화이다. 오래된 영화라 신선함은 없고 지금 보기엔 약간은 진부한 스토리지만 내겐 오히려 최신 영화보다 더 강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32살 톰행크스의 미친 연기력 때문일까? 성인이 된 조슈아가 어른들과 어울리는데 그 엉뚱함에 사람들이 서서히 매료된다. 처음엔 기괴하다고 느끼다가 점점 그 순수함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진짜 즐거움은 무엇일까? 나는 주변 지인들과 대화를 할 때 70% 이상은 돈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전혀 상관없는 주제인데 결론은 돈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 가끔 현타가 올 때도 있다. 집값이 어떻고 주식은 어떻고 비트코인이 어떻고... 그렇게 대화 큰 비중이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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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를 키우면서 아이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닮자고 했는데 막상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무의식 중에 내재되어 있다. '어른스럽게 행동해라.' '예의 있게 행동해라. 교양을 갖춰라.' 이런 말과 함께 순수한 즐거움이 사라졌다. 어린 시절엔 성인이 되면 참 즐거운 일들이 가득할 거 같았다. 막상 경험해 보니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던 기억이 그립다. 공깃돌로 게임만 해도 재밌고 물수제비를 튕겨도 여전히 재밌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같이 걷기만 해도 웃음이 나던 시절이다. 어린아이처럼 매사에 즐거울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어른이 되면서 스스로 제약을 걸고 삶의 재미를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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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윤우의 시선에서 놀아주는 게 아닌 정말 같이 놀아야 한다고 느꼈다. 의도적으로 즐거운 '척'이 아닌 진짜 즐거워야 한다. 아이가 왜 이게 재밌는지 고민해 보고 아이의 웃음소리처럼 내 웃음도 진심으로 터져 나오면 좋겠다. 영화를 보는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톰행크스가 장난감 사장님과 발로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톰행크스가 장난감 가게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판 피아노를 발견하게 된다. 신난 톰행크스와 늙은 사장이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피아노를 합주를 하는 장면이 너무 즐거워 보였다. 영화 보는 내내 젓가락 행진곡을 침대에서 치고 있었다. 다음날 영화 시작과 동시에 잠들어버린 와이프에게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줬다. 그리고 일어나서 나랑 피아노를 치자고 했다. 젓가락 행진곡 시작! 딴딴딴딴딴딴 하는 소리와 함께 오랜만에 짧지만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의 즐거운 감정을 잊지 말고 아이들과 나를 위해서 가끔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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