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끝났다.

- 2024년에는 나를 안아주기. 나를 칭찬해주기. 

  다사다난한 한해였다는 상투적인 말을 들어도 울컥하고 가슴속에서  뭔가 올라올 만큼 많은 일이 있었던 한해였다. 수없이 만나게 되는 자질구레하고 귀찮은 일들, 예상치도 못했던 사건들,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었던 빌런들, 끝나지 않는 먹고 사는 문제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를 괴롭혔었다. 매일 '그만두고 싶다, 진짜 하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관성처럼 무언가를 대하는 내 모습이 더 싫어져서 훌쩍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서 살았던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이 글을 쓰려고 생각을 정리하고 줄이다 보니 문득 상투적인 말이 또 떠올랐다. '그래도 이만하면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만하면 충분히 만족은 아니어도 괜찮은 거 아닌가?'라는 말.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 차 있을지언정 어쨌든 살아있고 주어진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나는 대단해, 나는 최고야'까지는 아니더라도 '수고했어, 애쓰고 있어'라는 말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나를 편안하게, 따뜻하게 봐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가까운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은 나부터 위로해주고 안아 주어야 될 것 같았다. 누군가의 곁에 서서 서로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는 것도 좋겠지만 나 자신을 품어주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유난히 힘든 한 해였다. 벗어나기 위해, 신경쓰지 않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옆으로 피하고 뒤로 도망가던 한 해였다. 그래도 무사히 지나왔다. 길고 긴 어둠 속을 잘 벗어난 시간이었다. '내년부터는'이라는 다짐은 늘 허무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굳이 굳센 결심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먼저 안아주고, 스스로 칭찬해주면서 단단해질 것이라는 다짐만큼은 올해를 무사히 보낸 나에게 꼭 해주고 싶다. 

  잘 보낸 2023년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해를 넘긴 2024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