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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에 간 이유.

- 강원국 작가님을 만났다. 

by 점빵 뿅원장 Mar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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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의사는 1년에 8시간(8점)의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3년 간 필수교육으로 윤리교육을 2시간(2점)을 받아야 한다. 보통 큰 학회에 참석하면 4시간(4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1년에 두 번 정도 학회에 참석한다(물론 관심이 있는 주제가 있으면 더 자주 가기도 한다.). 


  엊그제는 부산 벡스코에서 학회가 있었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에 걸쳐 있는 학회는 일요일에 참석하는 편인데 이번 학회는 특별히(!) 토요일에 가게 되었다. 한 달 전 즈음 학회 사전 등록 기간에 보았던 강의 계획표의 토요일 오후 첫 강의가 필수 윤리 교육으로 <대통령의 글쓰기>, <어른답게 말합니다>, <강원국의 인생공부> 등을 저술한 강원국 작가님의 강의였기 때문이다. 작가님의 첫 책이었던 <대통령의 글쓰기>를 정말 재미있게 읽고 난 뒤에 팬이 되었고, 한참 병원에 직원이 들락날락하던 시기에 '나의 말하는 방법에 혹시 문제가 있나?'라는 고민을 하면서 <어른답게 말합니다>를 읽었다. 그리고 아내가 이용하고 있는 책구독 서비스에서 얼마 전에 보내준 인터뷰집 <강원국의 인생공부>를 읽고 명사들의 이야기를 보며 삶의 방향을 한 번쯤 점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에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분이었다. 그래서 정신없던 토요일 진료를 한 시간이나 일찍 마치고 부산으로 향했다. 


  토요일 오후. 부산 학회장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혼잡하고 막히는 도로에, 정신없는 내비게이션, 좌회전을 하자마자 나오는 세 갈래 길 - 일반도로, 고가도로, 고가옆 도로 -처럼 도무지 감을 잡기 힘든 부산의 차선까지 겹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작가님을 꼭 만나서 사인을 받고 싶어 책까지 챙겨 온 상황이라 돌아갈 수는 없었다. (아니, 도로 상황 상 돌아가는 게 더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벡스코까지 달려와 급하게 주차를 하고, 학회 등록만 빠르게 한 뒤 강의장으로 향했다. 이미 시작한 지 20분 정도 지났지만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듣는 게 어디냐...'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것도 작가님과 눈이 마주칠 만큼 가까운 곳에.  

  앞부분을 못 듣기는 했지만 강의는 재미있었다. 리더와 팔로워 중 팔로워의 역할, 사모님의 화법을 예로 들어 들려주셨던 리더의 화법, 말을 잘하기 위해서 글로 준비하는 과정, 책을 쓰기 위해 준비해 가는 작가님의 과정들을 차근차근 풀어 이야기해 주셨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한 번씩 봤었던 것 같은 에피소드들과 작가님의 사모님 이야기도 즐거웠고, 청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으신 내용들을 치과대학 시험처럼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로 정리해 주시는 센스도 돋보였다.


  드디어 강의가 끝나고 모두 강의장을 빠져나가는 시간. 미리 챙겨 가져간 책 두 권과 볼펜을 들고 강연장 앞으로 달려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린이 대공원에서 뽀빠이 아저씨 티셔츠를 사면서 사인을 받아본 것과 예전에 페이닥터를 하던 치과에서 개그맨의 사인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유명한 누군가의 사인을 내 의지로 받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책을 들고 다가가서 "작가님... 저 사인 좀..."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가님을 부르니 반갑게 맞아주시며 펜을 들고 두 권의 책 앞장에 능숙하게 사인을 해주신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혹시 민폐가 될까 봐 망설이고 있는 마음을 아셨는지 옆에 계시던 행사 진행 요원분께 부탁해서 선뜻 사진도 찍어주셨다. 


  남은 시간 강의를 어떻게 들었는지, 업체 부스는 어떻게 다녔는지 잘 모르겠다. 학회를 갈 때마다 늘 다짐한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딱 한 가지만 얻어오자'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많이 얻어온 기분이 든다. 아... 오늘 학회는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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