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직접 사진을 올리거나 글을 쓰지는 않지만 쉬는 시간이나 잠깐 시간을 때워야 할 때 인스타그램을 열어보곤 한다. 내 계정은 비공개로 되어 있고, 가급적 다른 사람들 계정을 팔로우하지 않는다. 주로 보는 것은 좋아하는 가수와 작가들, 독립서점들 소식, 강아지나 고양이, 아기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이다. 생각 없이 보면 좋겠고,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기가 막히게 동문들이나 비슷한 나이대의 치과의사들을 친구로 추천해 준다. 어쩌다 그렇게 보게 된 아는 이름을 열어보면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빼고 다들 너무나 똑똑하고, 예쁘고, 멋진 데다가 부자이기까지 해서 자존감이 낮은 나 같은 사람은 보고 나면 뭔가 초라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도 친구 추천으로 떠 있는 사람의 이름이 익숙하기에 열어 보니 우리 학교 동문이고, 모 지역에서 잘 나가는 치과를 운영하고 있고, 방송에도 몇 번 나왔으며, 장난감 삼아 페라리를 타고 다닌단다. 제기랄. 그 사람이나 나나 같은 면허를 가지고 비슷한 일을 하며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거냐...라는 자책감에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다.
인스타그램에 연계되어서 보이는 스레드는 더욱더 보기 힘들다. 무슨 알고리즘인지 몰라도 보이는 것은 치과의사뿐만 아니라 각종 치과 관련 종사자들의 글이어서 이게 광고인지 사실인지 구분도 안 가고, 다들 너무나 좋은 병원에, 수십 명의 직원에, 완벽한 실력에, 대단한 스펙까지 갖추고 어마어마한 매출까지 내서 나처럼 평범한 치과의사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 것 같다. 게다가 그 많은 직원들은 다 착하고 일도 잘한단다. 자존감의 문제겠지만 이런 글들을 보다 보면 정말 '난 누군가, 또 여긴가'라는 생각뿐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도 있겠지만 허세도, 광고도 많고, 생각보다 그렇게 특별나지 않은 사람들임을 시간이 지나 보니 알겠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나의 동료들이 참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작은 치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나는 잘하고 있다는 것을, 운영도 그렇게 나쁘지 않음을 알 게 된다. 하지만 비교라는 덫에 빠지면서 (신해철 형님의 노래처럼) 점점 더 나를 깎고 잘라내면서 스스로 작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좁고 좁은 문으로 들어갈 시기도 아니고, 이제는 그럴 생각도 없는데도 말이다.
당분간 SNS를 지워봐야겠다. 심심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굳이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거나 작아지고 싶지는 않다. 8년 된 늙은 차면 어떻고, 직원수 작은 점빵이면 어떠냐. 착한 아이들이 있고, 똑똑하고 지혜로운 아내가 있고, 양가 부모님 모두 건강하시고, 먹고 싶은 거 고민하지 않고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으니 그만하면 나도 괜찮은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