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알 수 없을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을 해보라며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100억을 가지고 부동산 투자를 하려 나요?”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되었다. 하지만, 삶에 대한 관점이나 태도가 “돈”이라는 삶의 도구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모호함에서 명확함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씁쓸하게 느껴졌다. ‘돈’의 관점에서 질문을 받으니, ‘돈’의 관점에서의 답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부동산 투자가 진짜 내가 원했던, 원하고 있는 일이 맞을까? 정말로 나에게 100억이 주어진다면, 나는 100억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나태해지거나, 100억의 맛에 취해서 타락의 길로 가거나, 100억보다 더 큰돈의 쥐고 싶어서 돈에 집착하는 사람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 물론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과 연결되어 있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서 ‘돈’을 담보로 질문을 던지고 싶지는 않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태어났나?”라는 존재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하는 경향성을 지닌 나에게는 이러한 자본주의 성향이 짙은 질문은 어떠한 동기부여도 되지 않을뿐더러 회의주의에 허우적거리게 만들 뿐이다. 물론, 어떤 질문이든 생각해 볼만한 관점이 존재하기에 나쁜 질문은 없다.
죽음은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을 의미한다. 돈이든 시간이든 물적 자원을 더 가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 소멸되고 있을 때 생에 대한 간절함은 짙어진다. 간절함이 있을 때 진심이 튀어나온다. 부여잡고 있었던 보잘것없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다. 세상과 타협했던 것들,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하려고 했던 것들, 세상에 모나지 않게 어우러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 걸치고 있었던 타이틀, 부와 명예, 화려한 명품, 과하게 포장된 허울과 가면들이 부스러기처럼 걷어지고 ‘나’라는 존재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나에게 느껴지는 나의 존재를 더 깊숙이 체험하게 된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던 질문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변주해 볼 수 있을까?
내일 당장 죽는다면, 남은 하루를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연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시시하게 느껴지는가? 반드시 거창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거창해야만 했던 이유는 세상과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만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존재는 대자연 앞에서 시시한 존재일 뿐이다. 시시하게 살아도 괜찮다는 아량을 베풀어도 괜찮다. 왜냐하면, 나는 존재로써 이미 충분히 생에서 모든 것을 누리고 있는 자연의 일부이자 동료이기 때문이다. 거창해지려는 어떤 말이나 행위는 자연을 헤칠 뿐이다. 나는 자연과 친구가 되고 싶지, 적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일 죽는다면, 나는 개처럼 들판에서 뛰어놀다가 나의 온몸을 풀잎의 향기로 뒤덮기 위해 자지러지게 뒹굴 것이다. 책상 앞에서 앉아서 시시콜콜한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지금처럼, 나는 남들이 보기에는 시시해 보이는 것들이 나에게는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남들에게 시시하게 보인다고 해서, 오늘 하던 일을 멈출 수도 없으니 그냥 그렇게 점을 찍어 댄다. 시시한 점들이 결국은 연결될 거라고 믿으면서. 남들에게는 시시하지만 나에게는 행복인 것들이 의외로 많다.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려니 마냥 나의 시시한 행복만으로 살기에는 어딘가 뻑적지근 불편하고 안절부절 조마조마해져서 글을 쓰고 있던 죄 없는 손 마저 들었다 놨다 하게 된다. 거창한 것들을 쫓고 쫓기는 삶에 진정 즐거움을 느끼는가? 100억을 가져야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진심'을 끌어낼 수 있는가? 시시하게 되묻고 싶다.
"앞을 보며 점과 점을 연결할 수는 없다. 뒤돌아볼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당신은 미래에 언젠가 점들이 연결될 거라고 믿어야 한다. 무언가를 믿어야 한다. 당신의 직감, 운명, 삶, 카르마, 뭐든지 접근법은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고, 내 삶의 모든 것을 이뤄내게 해 주었다."
_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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