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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정완 Sep 02. 2024

새로움보다 외로움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다.

새로움보다 외로움        Loneliness rather than novelty, acrylic on canvas, 90.9X65.1, 2022     

'쉬었음.' 구직 관련해서 통계 조사를 할 때 선택할 수 있는, 활발한 구직활동과 가장 먼 선택지이다. 2024년 7월 통계로 815만 명의 청년 중 5.4%인 약 44만 명이 현재 구직 상태를 '쉬었음'으로 선택하였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치이다.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 44만 명 중 75%에 달하는 33만 5천 명이 일하기를 원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30만이 넘는 청년이 구직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청년층이 좌절하는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이다. 1997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 후 급격히 낮아진 국가 성장률로 인한 고용 기회의 감소, 비정규직과 계약직 비율의 증가로 인한 고용 불안정 등이 경제적 불안전성을 키워왔고 그에 반해 자산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상속 재산 없이는 주거에 안전성을 가지는 것 역시 힘들어졌다. 그리고 끊임없는 경쟁의 압박과 가족, 사회의 높은 기대는 '성공적 인생'이란 틀에 사고를 갇히게 했고, 그 결과 삶을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결국 구직을 포기한 이들은 이 좁디좁은 성공의 문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된다.


성공을 포기하면서 자연스레 여러 욕구들을 포기하게 된다. 출세욕, 명예욕, 번식욕 등의 사회적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욕구들을 포기하고 생존에 필요한 생리적 욕구만을 챙기면서 살아가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더욱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3년에 있었던 정부의 은둔형 외톨이 첫 실태 조사에서 은둔 청년이 24만 4천여 명으로 추산된다는 통계와 함께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노력하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는 현재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방법을 통해 청년들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까? 정답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을 다그치거나 한 세대의 문제로만 지적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결국 점진적인 사회 고용 구조의 변화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저 절망적이기만 하다. 과연 우리는 그들이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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