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란 Sep 16. 2024

골목의 예술가, 스페인

아침의 산타크루즈 골목은

비집고 들어오는 태양빛에

음지와 양지의 대비가 강했다.


양지에서 하얗게 반사된 그의 그림은

곧 액자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고,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의 시간은 멈춰있는 듯했다.

나는 투어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 서둘러 셔터를 눌렀다.


투어가 끝나고 그를 만나기 위해 다시 찾아간 그 골목은

더 이상 아침의 산타크루즈가 아니었다.

나무 그림자 사이로 태양이 눈부시지 않았고,

예술가와 그림은 사라지고 없었다.

덩그러니 남은 자전거 한대만이 이곳이 그곳이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를 잃어버린 동시에 그의 시간을 이곳에 영원히 가두었다.


@스페인 세비야 산타크루즈, 2023년 12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