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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란 Sep 26. 2024

사람 냄새 물씬 나는 500년 된 벼룩시장, 스페인

마드리드 엘 라스트로에서 보물찾기

마드리드 사람들이 주말에 즐겨 간다는 

엘 라스트로 벼룩시장에 갔다.

남대문과 이태원 골동품 거리, 동묘시장을 합친듯한 사이즈와 분위기였다.


인테리어를 위한 그림과 포스터를 파는 곳이 가장 인기가 많았고,

낡은 숟가락과 녹슨 걸쇠, 촛대, 접시, 보석함 같은 

옛날 유럽 배경의 영화 속에 나오는

소품 같은 물건들이 눈길을 끌었다.

중고서적과 오래된 장난감들도 인기가 많았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에서

자기만의 쓸모를 찾아 보물 찾기를 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더 쌀쌀한 날씨에 모자와 장갑을 샀고

건강과 안녕을 비는 마음으로 

오래된 작은 성모상을 20유로에 샀다.


물건과 사람 구경하는 재미,

따뜻한 해를 찾아 돌아다니며 몸을 녹이는 재미,

버스킹 하는 무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필름 사진은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온 후

사진관에 맡겨 인화될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내가 찍은 사진이지만 이미 그 사진이 아니게 된다.

뷰파인더로 봤던 그 모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상상이 섞이고,

분명 처음 보는 막 현상된 따끈한 사진이지만

추억팔이를 하는 과거의 것이 된다.


내 카메라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발견하기도 하고,

기대보다 어둡거나 흔들린 사진에 실망하기도 하고,

Happy accident에 즐거워지기도 한다.


방금 찍은 사진은 어떤 모습이 되어 나타날까.

찍은 시점부터 인화한 사진을 받아볼 때까지

나는 궁금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설렘을 진득하게 즐긴다.

그 시간 동안 기다리는 마음은 점점 커져

엘 라스트로의 사람들처럼 나는 보물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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