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마주친 스페인 사람들
아침 7시 반 이른 시간인데도
동네 카페는 시끌시끌하다.
주민들 사이에 비집고 앉아
갓 구운 빵에 으깬 토마토를 올리고
우유를 넣은 따뜻한 커피로 위장을 깨운다.
점심과 씨에스타를 지나
느지막한 저녁은 자정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유명 관광지나 대학가 앞은
혼자 돌아다녀도 무섭지 않을 만큼
골목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보다 더 놀라운 건
여행자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더 늦게까지 밤을 밝히는 일상의 사람들
그들은,
마드리드 골목에 빵과 커피 냄새를 가득 채우고
세비야 구석구석을 입김을 불어가며 소개한다.
산타복장으로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하자 현란한 손길로 땅콩을 달달하게 코팅하며
스페인 광장의 플라멩코 공연은 공짜가 아닙니다 팁박스를 당당히 내민다.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로 예술을 빚어내고
억지 미소를 줄 수는 없어도 객실에 필요한 것들을 내어준다.
프리힐리아나 하얀 도시를 더 하얗게 칠하고
스페인 누가보다 맨질맨질하게 바닥을 깨끗이 닦는다.
시에스타에도 쉬지 않고 카페 여기저기를 손보며 저녁 장사를 준비하고
3시간 안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관광객들을 아웃렛 주차장에서 기다린다.
복잡한 주문을 헷갈리지 않고 처리하는 능수능란함을 지녔으며
숙련된 손 끝에서 하루를 풍요롭게 하는 만찬을 만들어낸다.
그들에게 늘 똑같은 일상은
나에게 조금 낯설고 특별하다.
낯섦이 익숙함으로 변하기 전에
설렘이 시시해지기 전에
다시 낯선 일상을 찾아 헤맨다.
작은 놀라움, 예를 들어
생소한 맛, 처음 보는 광경, 낯선 사람들이
약간 불편하지만 조금 설레기도 한다면
당신은 타고난 여행자.
그걸 깨닫는 순간 일상도 여행이 된다.
그리고 우리의 여행은 그들의 일상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