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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란 Sep 19. 2024

마드리드의 아침

스페인 여행을 하는 내내

숙소 근처 로컬 바를 찾아

아침으로 커피와 빵을 먹었다.

가끔은 오렌지 주스를 추가로 주문하기도 하고

초콜릿 음료에 츄러스를 찍어먹기도 했다.


마드리드 12월 아침은 쌀쌀하다.

길 위에서는 입김이 나오고

실내라도 난방이 시원찮아 외투를 벗기 싫었다.

그러나 바에 들어오는 순간

노란 조명과 경쾌한 소음이

이 도시에 내려앉은 살얼음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그러니 바는 늘 빵과 커피를 사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혼자 조용히 신문을 보며 커피를 홀짝이거나

가게 들어오는 사람들과 알은체하며 인사를 나누는

동네 주민이 많았다.


커피를 주문하고 빈자리를 찾아 앉으니,

바로 옆에는 신문을 보는 노신사 한 분이 계셨다.

근엄하고 무뚝뚝해 보였지만,

어제저녁 길바닥에 떨어졌던 돈봉투를

주워주었던 아저씨 두 명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묘하게 따스해 보였다.


스페인에 도착한 어제,

예약했던 숙소 앞에 도착해 우버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환전했던 돈봉투를 길바닥에 떨어뜨렸다.

캐리어와 다른 짐들을 신경 쓰느라

떨어진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바로 뒤에 따라오던 오토바이가 클락션을 울려서

우버 기사님이 발견하고 찾아주셨다.


스페인 간다고 하니 모두 첫마디가

‘소매치기 조심해’라는 당부였다.

하지만 어제 그 사건으로

긴장으로 굳어졌던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서

이 도시를 벌써 사랑하게 되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 금세 안심되었던

어제의 따뜻했던 순간을 깜빡 추억하다가

“Dos Cappucinos (카푸친노 두 잔)” 소리에

의식은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작은 잔에 담긴 카푸치노는 생각보다 썼지만

눈앞의 풍경은 그와 대조되게 고소하고 달달했다.

몸을 데우고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충분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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