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산타크루즈 골목은
비집고 들어오는 태양빛에
음지와 양지의 대비가 강했다.
양지에서 하얗게 반사된 그의 그림은
곧 액자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고,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의 시간은 멈춰있는 듯했다.
나는 투어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 서둘러 셔터를 눌렀다.
투어가 끝나고 그를 만나기 위해 다시 찾아간 그 골목은
더 이상 아침의 산타크루즈가 아니었다.
나무 그림자 사이로 태양이 눈부시지 않았고,
예술가와 그림은 사라지고 없었다.
덩그러니 남은 자전거 한대만이 이곳이 그곳이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를 잃어버린 동시에 그의 시간을 이곳에 영원히 가두었다.
@스페인 세비야 산타크루즈, 2023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