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에겐 당연하지 않았던 미안했던 이야기
12월 스페인은
마드리드 같은 도시에서나
그라나다, 세비야, 론다 같은 관광지에서나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이나 노부부 관광객이 많았다.
"여기 사람들은 가족끼리 여행을 많이 다니네?"
"그렇지, 연말은 유럽 사람들에게 명절 같은 거니까."
뱉어놓고 보니 당연한 이야기인데,
우리나라도 연말은 가족들과 함께하기 좋은 계절인데
묘하게 우리와는 다른 분위기인 것이
조금 낯설었다.
생각해 보니,
나의 12월 연말은
화려하고 특별한 곳에서 연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와 지인과 오랜만에 회포를 푸느라
한 달 내내 술 먹고 늦게 들어가기 일쑤였다.
자양강장제 같은 영양제를 달고 살고
사회생활이라는 명분 아래
가족과의 시간은 늘 뒷전이었다.
몇 년 전 스페인에서 유학했던 친구가
이 시즌엔 특히 다들 가족, 친구들과 몰려다니느라
혼자는 외로워서 못살겠다고 투덜대던 게 생각났다.
지금 이 시간 한국에서는
엄마도 혹시 그렇게 투덜대고 있는 건 아닐까?
낯선 이 풍경들이 조금 부끄럽고 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