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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커드 ARKERD Jun 22. 2023

용광로 속 1600도 불꽃을 마주하는 것의 이야기 1화

제강 전기로의 프로페셔널. 김대남 조장의 20년 스토리를 단 8분 만에



오늘의 인터뷰이

김대남(47) / 22년 차 구평공장 / 용해반 조장


프롤로그

9만 평의 공장을 담당해 온 단단한 전문가의 기백이 그에게서 느껴진다. 22년간 쌓아온 그의 관록과 이야기를 전부 담을 순 없지만, 대한민국의 1차 산업의 필두에서 견인해 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짧고도 길게 담아내고자 합니다.



비 오는 날, 엠버서더이신 조장님을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장님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부서 소속과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철근을 만드는 공정 중에서 가장 첫 공정인 제강공장의 용해반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고철을 녹여서 아주 크고 뜨거운 쇳물을 끓이는 공정입니다.


벌써 20년이 넘는 긴 시간을 한 회사에서 일하셨는데요. 

처음 입사하셨을 때 어떠셨나요?

처음 공장에 들어선 순간이 생각납니다. 선선한 가을 날씨였는데, 공장에 들어선 순간 빌렛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온의 열기와 용광로에서 고철을 녹이는 폭발하는 소음이 제 전신을 뜨겁게 달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 아, 나는 진짜 현장에 들어왔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뒤로 정신없이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단단한 철이 만들어지는 처음과 끝을 함께해 왔습니다. 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저도 성장해 왔고 회사 역시나 수많은 역동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을 직접 느끼면서 이 시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구평 공장 내부



20년이 넘는 긴 시간을 한 회사에 근무하셨는데요.

처음 입사 당시에는 이런 곳에서 오래 일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 게 사실입니다. 2000년도에는 사람의 힘과 스킬이 조업실적을 좌우했기 때문에 일의 집중도와 동료들의 멤버십이 중요했죠. 어려움이 있을 때 동료와 선배님들과 함께 소주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풀어가며 일을 하다 보니 회사 생활에 적응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결국 동료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네요.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60년간 철근을 제조한 공장 내부. 수천 명의 사람이 지나간 공간



그 시절, 기억이 나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과거에는 온몸에 불똥을 맞아가면서 사람들이 직접 모든 일을 했습니다. 현재는 각 파트별로 자동화가 많이 되었지만 그 시절에는 인력이 투입되어야만 일이 돌아갔죠. 예를 들면 용강 온도나 카본 체크하는 일을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했는데 지금은 자동측온기로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했습니다. 용해반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카본을 체크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국자로 뜬 쇳물을 직접 부어서 눈으로 카본을 확인했습니다. 제법 연차가 쌓였는데도 저는 도무지 카본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역시 노하우는 경력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죠. 버튼을 눌러보면 아주 세밀하게 측정값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이 업무가 일 잘하는 조장의 척도였는데 많이 바뀌었네요. 바뀌지 않은 게 있다면 공장의 열기랄까요? 하하


*카본(C) : 철의 5대 원소로 제품의 강도와 경도를 결정한다. 제강 조업 시 쇳물의 카본 함유량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과거에는 쇳물을 국자로 떠서 바닥에 부었을 때 불꽃의 튀기는 형태를 보고 카본 함유량을 유추하였다.



끓는 쇳물에서 카본을 체크하는 작업



용해반만의 업무 매력이 궁금해지는데요?

전기로(용해)의 매력은 힘든 일이지만 돌발상황을 제외하고는 일하고 쉬는 루틴이 규칙적인 편입니다. 장시간 연속작업이 아니라 작업 때는 고강도로 일하고 쉬는 타이밍에는 충분히 쉬기 때문에 저한테는 아주 잘 맞습니다. 용해는 한 번에 길게 일하면 더워서 버틸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이런 고된 작업에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동료애가 돈독한 점도 좋습니다. 제강의 꽃은 용해라고 하는데 용해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항상 가지고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철강 회사에 지원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비단 철강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일은 처음에 다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걸음을 어떻게 걷느냐가 본인의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힘들다 생각하지 말고 지나 보면 적응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엔 할만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긴 시간을 함께해 온 멋진 선배들과 동료들이 있으니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항상 일 할 때 안전에 주의하면서 작업을 한다면 좋은 직장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저희가 만든 철근은 우리가 살고 있는 땅속에서, 그리고 건물 속에서 보이지 않게 우리를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안전하게 일해서 제품을 만들어야 우리가 만든 철근이 우리 가족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나 건물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20년 뒤에도 가지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긴 시간 단련된 감각으로 작업을 관조하는 반장님



마치며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작업복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아커드의 제품개발을 준비했던 초창기부터 김대남 조장님께서 많은 도움과 의견을 주셨습니다. 아커드 앰버서더로서 제품을 직접 테스트하고 개발에 직접 참여해 주신 조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밝고 장난끼 많은 분이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맡으신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안전에 대한 진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4시간 가동되는 뜨거운 공장에서 그보다 더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를 가진 분들이 계시기에 하나의 단단한 철근이 탄생함을 느끼며, 이번 인터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평소에 봤던 철이 주는 느낌은 잘 정련된 마침표였다면, 현장에서의 철은 쉴 틈 없이

매 순간의 단련을 이겨내는 장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생산된 빌렛은 야외에서 자연적으로 열을 식히며, 이를 압연 공장에서 철근으로 만드는 공정을 거친다.




아커드의 워커들의 인터뷰 스토리는 총 6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철강 회사의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아커드 브런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커드는 한국에서 만들어 진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브랜드로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안전에 혁신적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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