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측량은 필수!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집짓기 전에 알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 혹은 혹시 모를 두번째 단독주택은 정말 잘 사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기억이 희미해 가기 전에 정리해본다.
우리집의 이름은 마음대로 이다. 내 맘대로 지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이 집에 살면 내 마음이 넓어질 것 같다는 소망을 담아. 처음부터 이 이름은 아니었고, 양띠와 말띠가 사니까 양말집이라고 할까? 혹은 양말우리? 여기서 우리는 같이 있다는 의미도 되고, 양과말이 사는 가축 우리라는 의미로? 공격적이고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보고마는 표독이와 악독이가 사는 도옥이네집. 그냥 이름을 지으니 실제가 있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이 재미로 몇 달은 버텼다. 집짓기 전에는 집지은 사람들이 자기집에 꼭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고 손가락이 오글거렸다. 그런데, 이젠 왜 그러는지 알겠다. 집짓기가 너무 오래 걸려서 그동안 기다리며 할 일이 없어서 이름을 만들었거나, 혹은 집짓기가 힘이 들어서 이름을 지을만큼 큰 의미가 되었거나.
마음대로를 지으면서 내내 "이 집을 사지 말걸"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리고 내가 알지 못했던 여러가지 이유로 집짓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여기서 걸리고 저기서 걸리고. 시간이 지체되고 비용이 올라갔다. 심지어 지금도 내 선택에 대해 후회한다ㅠㅠ 한 줄로 정리하면, 뭐 그때 알았더라면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을텐데!!!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집이 지적 측량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집이 아주 드물게 있단다. 특히 옛날 단독주택의 경우에. 그냥 막연히 지금 집이 있고 울타리가 있는 곳이 내 땅이고 내 집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 내 집이 들어서 있는 곳과 내 땅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 도시 계획을 통해 땅을 구분한 곳에는 이런 문제가 없지만, 옛날 주택은 주택이 먼저 였고, 그걸 나중에 별로 정확하지 않은 도구로 측량했고, 그리고 살다가 이웃이 요청해서 쓰라고 허락한 땅이, 혹은 이웃이 허락없이 마음대로 사용한 땅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아 이웃이 점령한 곳이 이웃의 땅이 된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독주택을 사기 전에는 반드시 자기의 땅이 어디까지가 경계인지를 알려주는 경계측량을 해야 한다. 경계측량을 하게 되면, 내 땅이 어디서부터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경계 부분에 말뚝을 박아주고 락커로 표시를 해준다. 경계측량은 지적공사에 소유주가 신청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가능하며, 주로 1-2주 내로 측량이 가능하며, 측량비는 땅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몇십만원에서 백만원이 넘는다. 그리고 측량시에는 반드시 땅주인이 참관해야 하며, 그 땀과 인접한 땅 주인에게 측량에 대해 얘기하고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웃 땅 주인이 참관하면 금상첨화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이 경계측량의 경우, 내땅과 이웃땅의 경계를 알려주는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웃도 참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내가 산 땅의 문제점은 실제 내가 사용하는 땅의 크기와 경계가 지적도에 나와 있는 땅의 크기와 경계와 달랐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경계였는데, 지적도에는 분명 우리집 앞의 도로가 보이는데, 실측을 하면, 그 도로에 해당하는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실제 땅이 지도에 있는 땅보다 작았다는 것이다. 지적도 대로 하면 내땅이 도로를 포함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를 없앴 수는 없고, 반대로 내 땅을 줄여서 말뚝을 박으면 내 사유재산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이런 경우 지적공사에서는 내 땅의 범위를 알려주는 말뚝을 박아주지 않는다.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적공사에서 우리집은 경계측량이 불가하다고 통보하였다. 이건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데, 내가 집을 산 동네는, 특히 코너집인 우리집을 기준으로 뒷쪽으로 모두는 모두 실측과 지적도가 달라서 지적측량이 불가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왜 지적도가 실제와 다르냐고 했더니, 그건 오래오래전에 실측도구가 정확하지 않을때 측량된 것이라 오차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고, 그럼 지적도를 왜 바꾸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걸 바꾸면 땅의 크기와 위치가 모두 달라지므로, 예를 들어 평수가 작아진다던지, 혹은 내집의 일부가 남의 땅에 앉아있는 꼴이 되어 집 일부를 잘라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그걸 원하지도 할 수도 어렵다는 것이다. 재개발이되어 모든 것을 갈아엎으면 몰라도 이렇게 사는한 지적도 수정은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답답하고 싫지만 공감이 간다.ㅠ
경계측량은 특히 신축을 할 때는 필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집을 새로 지으려면 땅 크기와 범위를 알아야 경계를 잡고, 거기서 부터 법에 따라, 예를 들어, 내 땅이 인접한 도로 크기에 따라 특정 거리 만큼 제척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지인 중 한 사람은 옆 집이 신축을 하느라 경계측량을 했고, 그 결과 지인 집의 일부가 옆집의 땅에 속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옆 집의 요구에 따라 집의 일부를 잘라내는 공사를 해야 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정확히 이해를 못했는데, 내 집을 지으면서 이런 저런 정보로 상황이 100% 이해가 되었다. 이런 세상에 별 일이 다있다.
오늘의 레슨.
단독주택을 사기 전에는 경계측량을 확인하자. 일단 주인에게 경계측량을 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자. 이미 했는데 문제가 있어서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물어봐서 나쁠 것은 없다. 그리고 없다하면 요구하자. 100만원 쯤 하는 비용이 발생하므로 집주인이 안해줄 수 있음을 명심하자. 그런데 경계측량은 집주인이 하거나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시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정보가 없으면 집은 사지 말자. 너무너무너무 맘에 들어서 뭐라도 다 감당할 것 같아도 사지말자. 이건 반드시 후회한다!!! 그런데 왜 내가 갔던 모든 부동산에서는 나한테 이걸 확인하라고 얘기해 주지 않았을까? 부동산은 집주인 편인것 같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