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무거울때 찜질방으로
시댁에 도착해서 어머니가 맛있는 집밥을 차려주신 후에 집 근처 찜질방 티켓 6장을 주셨다.
”몸이 건조해서 그런지 찜질을 하면 자꾸 간지럽네.
난 이제 안 가니 다 써도 돼 “
공짜 찜질방티켓이라니! 사우나를 너무 좋아하는
나로서는 내심 감사하면서도 가고 싶은데 못 가시는 어머니 대신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했다.
남편도 오랜만에 같이 가서 땀을 쫙 빼면 좋을 텐데 더위를 나보다 두 배는 더 타다 보니 이 더위엔 절대 못 가겠다고 한다. 찜질방의 화려한 메뉴들로 유혹해 보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 후 난 혼술 혼밥 같은 느낌으로 혼찜을 갔다.
1층엔 남탕, 여탕이 있고 2층에 찜질방들과 넓은 휴게실, 그리고 식당이 있었다.
주말이었지만 여름이라 그런지 찜질방 마니아로 보이는 소수의 이용객들만이
드문드문 누워있을 뿐이어서 분위기는 한적하니 좋았다.
알찬 구성으로 소금방, 황토방, 보석방, 얼음방 딱 4방이 있었고 한 번씩 들어가 보며 온도체크를 해보니
보석방이 제일 뜨거웠다.
익을 듯한 바닥에 수건을 깔고 참선하듯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곧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했다.
색깔도 승복 같은 황톳빛 찜질방 옷이 땀으로 얼룩덜룩 젖어간다.
몸과 얼굴의 부기가 서서히 빠지면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열기 속에서의 고행을 통해(?)
내 몸에 무겁게 붙어있던 일상의 묵은 때들을 땀과 함께 흘려보내며
다시금 원래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찜질방에 들어올 때 거울 속 내 모습은 왠지 시큰둥해 보였는데
땀을 쭉 빼고 난 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한결 맑아 보인다.
평소 안 하던 행동이라도 사우나 후엔
'음.. 이 정도면 준수하지 ‘라는 말을 해가며 스스로 나 자신을 이쁘다고 해준다.
몸이 가벼워지니 나 스스로에게도 좀 더 부드러워지는 듯하다.
목욕재계란 뜻을 한번 찾아본다.
머리를 감고 몸을 깨끗이 하여 안 좋은 것들을 피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일.
육신과 정신의 청결로 마음의 죄까지 깨끗이 씻어 내는 정신이라고 한다.
가볍게 뜻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심오해서
좀 더 진지하게 찜질방에 임했어야 했나 픽 웃음이 난다.
거창한 일을 앞두고 하는 목욕이 아니더라도 찜질방은 언제나 내게 다시금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소중한 일상을 열심히 살아갈 힘을 주는 애정하는 장소이다.
아직 남은 5장의 티켓을 보니 왠지 든든하고 감사하다.
언젠가 다시 몸과 맘이 무겁게 느껴질 때 비장의 카드처럼 쓸 수 있는 찜질방 티켓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