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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Mar 19. 2024

작은 배려들

03.18.2024

도파민 분비로 인한 에너지 과잉 상태였는지

이어폰으로 귀가 꽉 막힌 상태여서 그랬는지

 조깅을 마치고 들어온 난

현관문을 아무 생각 없이 세차게 쾅 닫아버렸다.

  타이핑할 내용을 까먹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는

남편의 동그랗게 뜬 눈에  나또한 당황했다.

남편 발 밑에서 자고 있던 강아지도 문 닫는 소리에 벌떡 깨어나서는

불안함에 손을 빠는 아이 마냥  발을 할짝할짝 빨기 시작했다.


난 얼른 이어폰을 빼며 미안하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작지만 매일 그리하면  큰 불편을 줄 수 있는 행동이었다.


며칠 전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낀 적이 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일을 시작하는 남편은

나랑 강아지가 깨지 않게

조심스레 옷을 갈아입고

방문을 소리 나지 않게 닫고 나간다.

인기척 없이 나가기에 모르고 자기 바빴던 난  

어느 날 잠이 깨져서 실눈을 뜨고 그 조심스러운 행동들을 보게 되었고

우리를 생각하는 남편의 조용한 사랑처럼 느껴졌다.


같이 살다 보면 작지만 서로를 배려해 주는 일들이 있다.

서로의 낡은 칫솔 교체해 주기

새 비누 놔주기

화장실 휴지 떨어지지 않게 채워놓기

나갈 때 신기 편하게 신발 가지런히 놓아주기

 좋아하는 간식 잘 보이고 집기 편한 곳에 놓아주기

설거지 편하게 쓴 그릇에  물 부어놓기

물건 놓을 때 쿵 내려놓지 말고  조심히 놓기

등등..



생각해 보니 남편은 쾅 닫는 문소리나 물건을 세게 놓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적이 많은 것 같다.

어떤 이는 나같이 집안정리에 민감할 수도,

또 어떤 이는 집에서 나는 향과 환기에  민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사랑한다면 좋아하는 걸 해주려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걸 안 하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작고 소소한 행복들이 모여 충만한 하루를 만들어 주듯,

작고 사소한 배려들이 모여 결국 상대방에겐 큰 사랑으로 전해지는 힘이 있다는 걸

남편과 살며 느끼게 된다.


시시하고 자잘한 배려라고 무시하고 안 해버리게 된다면

상대방의 마음에 서운함이 차곡차곡 쌓여버릴수도 있을것이다.


남편에게 글감을 줘서 고맙다고 하니

그럼  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초콜릿 쿠키를 먹고 싶다고 한다.

평소엔 많이 못 먹게 했는데  오늘은 5개들이  한 묶음을 다 접시에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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