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기억
이렇게 더운 여름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고실고실 식은 밥에 꽈리고추찜 반찬이다.
초록색 꽈리고추에 밀가루 살짝 입혀 찜기에 쪄낸 뒤, 다진마늘 다진파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옷을 입힌 꽈리고추찜이 말이다. 엄마가 만들어준...
내가 몇 번을 먹었길래 여름마다 그 입맛 돋우는 그 음식이 생각나는 걸까?
내가 자식들에게 이렇게 맛나는 그리운 음식을 해주었나?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손쉽게 할 수 있는 구운 고기에. 주말이면 배달음식이나 맛집 외식이었던 것만 생각나는 걸 보니, 영양가 챙기며 살뜰히 살폈던 아이들 어렸을 적이 그립다.
흘러간 세월의 아쉬움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 여름이면 엄마가 해준 반찬이 생각났으면 좋겠는데 요즘은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물어봤다.
"엄마가 어떤 반찬해줄 때 맛있었어?"
"음... 엄마. 엄마가 해준 건 다 맛있어"
"그래도 그중에서? 오늘 뭐 해줄까?"
"엄마 오늘 그냥 고기 구워 먹자!"
신선한 고기 사다가 구워줄 때가 제일 맛있었나보다.
경험이 기억이 되고, 기억이 그리움으로 변하게 되는 감성적 도구가 음식이다.
꽈리고추찜의 정성에 버금가는 메인 음식을 만들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