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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학생 Nov 23. 2023

차 창문이 깨졌다.

#43 긴장을 늦추지 말자

뉴질랜드에서 창문이 깨진 채 천을 두르고 다니는 차들을 종종 본다. 차 창문을 깨고 금품을 훔쳐가는 경우가 워낙 흔하기에 뉴질랜드에 갓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차 밖에서 물건이 보이지 않도록 잘 숨기라는 말을 해왔다. 어젯밤, 공공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야식을 먹고 오니 친구 차 창문이 깨져 있었다.


코로나 이후 재개된 학교 동문 모임이었다. 시내에서 가까운 번화가 술집에 모여 음식과 음료로 네트워킹을 하는 자리였다. 이번 학기 과제 제출이 끝난 지라 재학생 친구들은 자리를 옮겨 2차를 시작했다. 여덟 명이 차 두대에 나눠 타고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음식집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평일이라 두 시간 남짓.


자리가 파하고 나는 남편이 데리러 와서 출발하려는 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얼른 가보니 내가 함께 타고 움직였던 차와 옆자리 차까지 주차된 차 두 대 창문이 깨져있다. 근처 CCTV는 안 보이고, 바로 뒤 유닛인데 소리를 들은 사람은 따로 없나 보다. 보통 큰 소리가 나면 뛰어나와 지켜보고 도움을 주는 곳인데. 




경찰에 신고를 해도 전화가 연결되는 데 최소 10분, 그리고 리포팅을 하는데 최소 20분은 걸린다. 다른 친구 휴대폰으로 경찰에 전화를 해서 기다리고, 그 사이 가족이랑 보험사에 알리고 한참 뒤 연결된 경찰과 통화를 마쳤다.


범인들은 물건을 가져가려는 게 목표가 아니었는지, 옆 차도 친구 차도 가방 하나씩만 가져갔을 뿐 차에 실려 있던 비싼 코냑과 모니터는 그대로 두었다. 푸시 스타트 방식인 옆 차는 푸시 버튼을 조작하려던 흔적이 남았다.


경찰에 보고를 마치고 어려 보였던 옆 차 사람들과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창문이 깨져도 차 시동이 걸리기에 견인차를 부르지 않는다. 그동안 막연히 타인의 일이라고 했는데, 눈앞에 친구 차 창문이 박살 난걸 보니 남의 일이 아니다. 차는 보험 회사에서 커버를 해주겠지만, 부품이 올 때까지는 깨진 창문으로 한동안 운행해야 한다.


사람이 다치지 않고 비싼 물건이 털린 게 아니라 다행이라지만, 쓰린 속은 어쩔 수 없다. 친구는 지난 추억이 담긴 쇼퍼백을 도둑맞았다. 한 동안 여기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편안해지고 있었는데, 다시 긴장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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