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남반구에서 만나는 벚꽃
남반구에 있으니 9월부터 봄이 시작되는 뉴질랜드. 작년에는 갓 시작한 학교생활에 여유가 없기도 했고, 평소와 달리 비가 많이 내린 터라 벚꽃을 많이 보지는 못하고 지나갔다. 한국에서도 벚꽃 흩날리는 4월이면 일찍 꽃이 피는 남쪽지역을 다니고 늦은 시간 공원 산책을 빼놓지 않았다. 작년엔 그래도 봄에 한국에서, 가을에 뉴질랜드에서 일 년에 두 번 벚꽃을 보는 게 행복했다.
9월 중순을 지나면서 햇볕이 잘 드는 도로변에 팝콘 같은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목련이나 동백꽃도 봄의 느낌이지만 역시 벚꽃이 주는 설렘은 특별하다. 학교 친구들과 점심을 먹은 어느 날, 산책 겸 공원을 산책하다가 알버트 파크에 아름드리 벚꽃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여름의 나라에서 온 친구들은 처음 보는 벚꽃에 신기해하고, 원래도 벚꽃을 좋아하던 나도 설렜다.
남편이 쉬는 날에는 콘웰파크로 향했다. 알버트 파크보다는 어린 나무들이지만, 수십 그루 나무가 모여 있다. 평일이라 주차장도 한산하고 사람도 많지 않은 공원에서 벚꽃을 마음껏 즐겼다. 10월에도 아직은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벚꽃을 보고 나니 봄이 와닿았다.
이후로도 틈틈이 공원을 산책하며, 차를 타고 지나며 길가에 핀 벚꽃을 원 없이 보았다. 10월 말로 접어드니 꽃잎은 떨어지고 초록잎이 올라오고 날씨는 더 따뜻해졌다. 길고 지루했던 겨울을 잘 견뎌내고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계절을 맞이하는 기분.
근 일주일을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고 빈둥거리며 살았다. 할 일은 점점 눈앞에 보이고 더 이상 미룰 데가 없으니 생각 정리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내 학교 과제부터 남편의 비자, 한국 다녀올 준비까지 11월을 바쁘게 보내게 될 예정이다.
· 브런치에 소소하게 기록하며 최소 한 달에 두 편은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 마저도 자꾸 미뤘다. 11월에는 조금 더 부지런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