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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학생 Oct 11. 2023

네트워킹의 세계

#40 이력서보다 중요한 인맥

네트워킹 networking
사람들이 이루는 여러 종류의 일을 횡적으로 연결하여 그물코와 같은 관계를 형성하는 일
사람들이 이루는 여러 종류의 일을 횡적으로 연결하여 네트워크와 같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언, 정보, 도움 등을 얻기 위해 전문적 직업 공동체를 사용하는 과정으로 네트워킹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개인의 학습자원을 확장시키는 수단이다.
    - 한국기업교육학회. (2010). HRD 용어사전.



한국에서 사는 동안 네트워킹을 신경 쓰지 않았다. 외향적으로 살던 20대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활발하게 돌아다니니 학교나 직장 외 인간관계들을 통해 피와 살이 되는 정보를 얻곤 했다. 내향적으로 살아온 30대에는 회사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내 자리를 지켰고, 이전부터 가깝게 지내온 선배와 동료들 사이에서 ‘우리만의 세계’에 적당히 머물며 지냈다. 사실상 업계가 좁다 보니, 좁은 인간관계에서도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 오고 나니 네트워킹이 절실하다. 낯선 나라에서 학업을 마치고 일을 할 계획은 있는데 정작 내가 알고 있는 게 너무 없다. 나름 학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열심히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만 아직은 버겁다. 반면 여기에서 나고 자란 애들은 어려서부터 익숙한 건지,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한 시간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게 자연스럽다. 단순 ‘말’의 개념에서 나아가 대화 주제나 매너, 유머와 제스처, 그중에 오가는 정보까지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느낀다.



최근 뉴질랜드 다른 대학의 MBA 학생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스케줄 표에 ‘Drinks and nibbles’ 항목이 네트워킹 시간인 걸 (나 혼자) 뒤늦게 알아차렸다. 와인과 맥주, 간단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고 사람들은 서서 삼삼오오 대화를 시작했다. 나도 학교 친구들과 섞여 있다가 다른 사람들과 말을 섞기 시작했다. 자기소개로 시작해서 학교마다 다른 MBA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고, 학업을 마친 후의 계획, 학업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며칠 잠을 부족하게 잔 터라 와인 한 잔에도 취기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지만, 이런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 싶어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한편으로는 이 대화가 끝나고 침묵이 찾아오면 무슨 주제를 꺼내야 하나 머리를 부지런히 굴렸다. 다행히 긴 침묵은 오지 않았고, 짧은 침묵에는 자리를 옮겨가며 이야기를 하고 링크드인을 공유하다 보니 대화시간이 끝났다는 담당자의 안내가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후의 저녁식사와 술자리도 함께 하면서 좀 더 편안한 이야기를 이어갔는데, 실제 내가 원하는 회사나 직무에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뉴질랜드도 업계가 워낙 좁다 보니, 내가 공들여 쓴 이력서 한 줄보다, 인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내가 이 인맥을 잘 유지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혹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며칠 후 화상 전화영어 수업으로 비즈니스 분야 튜터와 연결을 해서 네트워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튜터는 다음에 비슷한 자리가 있거든 조언을 구하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일상적인 대화는 사실 30초~1분이면 다음 화젯거리를 꺼내야 하는데, 조언 같은 경우는 3~5분 혹은 그 이상까지도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실행에 옮길 날이 있겠지. 링크드인으로 커넥을 했으면 며칠 후 메시지를 보내라는 말도 해주었다.


이제 며칠이 지났으니 잠깐 알게 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할 때이다. 내향적이라는 핑계로 뒤로 숨으려고 했던 성격을 다시 밖으로 끌어내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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