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Past Lives>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으로 영화관에 다녀왔다. 한국에 있을 때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다녀온 게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코로나로 한참을 영화관 구경을 못하다가 큰 맘먹고 부산에 간 김에 관람한 영화였는데, 거리 두기로 한 좌석 씩 떨어져 앉고서도 남편은 코로나 확진자 접촉으로 분류되어 일주일을 갇혀 보냈다. 어차피 액션이나 잔인한 장면을 보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영화관이 크게 아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눈여겨보았던 <Past Lives>가 뉴질랜드에도 개봉을 한다는 소식에 근처 영화관을 찾아보았다. 자막 없이 보려니, 한국어가 그래도 좀 섞여 있는 영화가 편하겠다 싶었다. 마침 집에서 가까운 쇼핑몰에 있는 나름 최신의 영화관에서 조조할인이 있어 인당 14달러 (11,000원)이라 나쁘지 않다. 거의 2년 만에 영화관에 뉴질랜드에서 첫 관람이니 남편이랑 부푼 마음으로 출발했다.
영화 시작 5분 전 주차를 하고 키오스크에서 영화표를 끊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상영 직전인데도 선택 불가능한 자리가 겨우 다섯 좌석 (사람이 차 있는 좌석). 중간 가운데 자리로 잡고 상영관으로 들어가 자리를 찾아 앉았다. 리무진 버스같이 넓고 안락한 가죽 의자. 체구가 큰 사람들도 편안하게 앉아서 관람할 수 있구나 싶은 편안한 좌석이다.
한국처럼 상영 전 광고를 10분 넘게 틀고서 영화가 시작됐다. “옷 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익숙한 말을 풀어낸 영화. 지금 한국을 떠나 살고 있으니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장면들도 한 번씩 나타나고, 스쳐간 인연들도 내 머릿속을 지나간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유태오 배우의 서툰 영어씬은 괜히 아쉽고 공감이 안되었지만, 그래도 한 시간 반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여행을 다니던 때에는 스케줄과 할 일 리스트를 빼곡하게 채워 바쁘게 움직였는데, 해외생활 1년이 넘으면서 최대한 긴장을 풀고 스케줄을 비우며 살고 있다. 그 중간 한 번씩 만나는 새로운 일들이 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