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한국여행 끝
뉴질랜드로 떠나기 하루 전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시가에 일이 생겨 이왕 한국에 있던 거 일을 보고 며칠 늦춰 뉴질랜드에 돌아가기로 한 상황이었다. 기존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마일리지 표를 찾아가며 호주를 들러 뉴질랜드로 갈 참이었는데, 마침 직항이 특가로 나와있었다. 고작 이틀차이지만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틀 동안 시가 일을 챙기고 엄마 아빠랑 시간을 보냈다. 마침 공항에 데려다 주기로 했던 친구와도 바뀐 스케줄이 맞아떨어졌다. 출국하는 날, 부모님 집을 출발해 그동안 빌려 탄 언니 차를 반납하고 친구 둘과 최후의 만찬이라며 감자옹심이를 먹었다. 시간을 때울 겸 카페에서 수다를 실컷 떨다가 공항으로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비행기가 다음 날로 지연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부모님 집에서는 공항까지 거리가 꽤 되고, 언니집으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항공사에서는 호텔을 제공해 주었고 나와 친구는 계획에 없던 인천 호캉스를 보내게 됐다. 어차피 출국하는 길이니 짐가방에는 옷과 세면도구, 식량까지 든든하게 준비되어 있다. 출발하기 전 친구는 다음 날 오전 일정이 취소되어 공항에 날 태워주고도 부담이 없다고 했었는데 졸지에 같이 호캉스.
허탈하지만 뭐 어쩔 테냐. 뉴질랜드에 있는 남편과 한국 가족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지금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호텔건물 상가에서 치맥을 먹으며, 빠듯했던 한국 일정에 친구와의 여행은 엄두도 못 내었는데 인천을 여행하는 우리를 자축했다. 뉴질랜드에 돌아가면 한국식 치킨과 생맥주는 비싸니 하룻밤 더 즐기자 싶다.
신나게 치맥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물을 사러 들른 편의점에서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는 먹태깡을 손에 넣었다. 호텔에서도 친구와 한참 수다를 떨다가 피곤한 채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은 뉴질랜드로 가져가려 챙긴 백설기와 호텔 상가에 있는 커피숍 커피로 해결하고 짐을 챙기는데, 이전 직장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제쯤 출국할 때 되지 않았냐며. 며칠 전 미룬 비행기가 지연되어 막 공항으로 가려던 참이라 설명했더니 마침 공항이라며 배웅을 해주겠다고 했다.
공항에서 친구와 전 직장동료를 만나 수다를 떨고 출국수속을 했다. 항공사 카운터에 있던 직원은 어제 비행기는 기장님이 아파서 미뤄졌는데, 오늘 기장님은 건강한 분이라 그럴 일이 없을 거라는 위로를 건넸다. 출국장을 나서 면세점에서 필요한 화장품을 사서 비행기에 올랐다. 꼬박 열한 시간 반. 긴 비행기지만 이제 집에 돌아가는 기분이다. 한 달 알차게 한국을 즐기고 내가 지내던 곳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