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3년 전부터 이혼을 준비했다니 난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사조사일 당일, 나는 초조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출발하기 전
2시간가량 명상을 하고 신경 안정제를 먹었다.
정말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가슴이 뛰어 약을 먹지 않으면 그곳에 도착해 있을 때는
내가 졸도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먼저 가사조사를 하는 곳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고 그 뒤 남편이 도착했다.
남편에게 인사를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나를 보자마자
씩씩-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신이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애써 표현하는 모습을 보니
'잘 지냈냐'라며 말 한마디 하려다가 모른 척을 해버렸다.
가사조사가 시작되었다.
가사조사 시간이 결혼 생활에 대한 쟁점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를 욕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나에 대해 거짓을 이야기하거나 혹은 아주 작은 일을 과대포장하며 나를 모욕하는 것을
그 시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죽을 만큼 힘든 일이었다.
남편은 원고이고 나는 피고이다.
남편은 적극적으로 나를 공격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될 수 있고
나는 남편을 공격할 수 없는 입장이며 그저 그것을 방어만 할 수 있다.
집을 나가면서 남편은 아픈 나를 간호하지 못하겠다고 분명히 말을 했고
엄마에게도 그 말을 했기에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들 사이에서 가장 분노를 유발하는 말은
'간호를 배우지 못해 간호를 할 수 없다는' 남편의 괴변이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은 그런 비열한 인간은 아니라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증거가 없으니 얼마든지 그렇게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것 같다.
이런 주장을 앞에서 듣고 있는 나는 정말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자신이 한 행동이 비열하다는 것은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어이가 없었다.
남편은 내가 투병을 하는 중에 나를 버리고 떠났으면서도 그 원인이 내 성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을 하며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정신적으로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진술했다.
그걸 받아 적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조사관이 정말 나를 정신이상자로 볼까 봐 겁이 났다.
남편은 자신이 병에 걸렸을 때 내가 2018년 말 경부터는 간호를 하지 않고 병원을 가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주장을 했다. 정확하게 2018년 6월 1일에 남편은 처음 쓰러졌었고
나는 2018년 말에 남편의 병원을 쫓아다녔었다. 심지어 2019년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못해
추가 검사를 받기 위해 대형병원을 갈 때도 난 동행했고 그 자리에서 눈물까지 흘렸다.
늘 자신의 높은 아이큐를 자랑하던 남편의 머리는 생각보다 좋지는 않은 듯하다.
기억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계속 거짓을 이야기하면서 꼬이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내가 정신과 상담을 할 때도 남편의 병에 대한 걱정으로 상담을 했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을 남편은 모르고 자유롭게 거짓을 진술을 하고 있다.
내가 지난 3년간 남편의 병간호를 얼마나 헌신적으로 해왔는지
새벽에 남편을 응급실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새벽 4시에 남편이 집안에 해놓은
구토한 흔적을 치운 모든 것은 정말 남편의 기억에서 사라진 것 같다.
성인의 구토를 치우는 것은 정말 악취가 심해서 치우기가 힘들다. 특히 남편은 안마의자에서
구토를 했는데 안마의자 구석구석까지 오물을 치우며 나는 화장실에서 헛구역질을 여러 번 해야 했다.
정말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지, 아니면 거짓말을 이렇게까지 잘하는 사람이었는지
내가 알던 사람이 맞긴 한 건지 나는 사람이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번 크게 깨닫고 있다.
남편은 7년 전부터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해서 내가 성격 이상자인지를 증거 자료로
제출했는데 거기에는 맥락이 없이 특정 단어를 검색해서 나온 대화만을 캡처해서
모두 증거로 제출을 했다.
나는 이렇게 옛날 카카오톡 내용까지 검색이 가능하구나라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그리고 과거에 내가 했던 대화의 내용들을 다시 복기하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떠올려 봤다.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소하게 힘든 일이나 투정 같은 것을
카톡으로 보내며 일상을 공유하던 신혼 때 있었던 대화가 가장 많았다.
그런 것들이 모두 나를 성격파탄자, 분노조절장애자로 그려내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거짓은 내가 작년 2월에 부모님과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서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내용이었다.
남편은 그것을 내가 자신의 아버지와도 싸우는 성격이상자로 표현했지만
내 아버지와 내가 싸웠다는 표현부터가 잘못되었다.
오랜 시간 아버지는 가정 내에서 폭력을 행사를 해왔다.
당연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엄마와 자식들이 감내를 하며 살아야만 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26살까지 맞았고 그 충격으로 집을 나갔던 과거도 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자녀들에게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에 폭력의 타깃은 엄마가 되었다.
형제들이 모두 독립을 하고 난 이후에도 반복해서 그런 일이 있었고 그때마다 결혼 생활 중에도
아버지 문제로 집을 찾아야만 했다.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만 있는 자리에서 뿐만 아니라 며느리나 사위가 있는 앞에서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엄마를 때리기 위해 손을 위로 올려 공포심을 조장하기도 했었다.
엄마는 며느리나 사위 앞에서까지 그런 행동에 대해 너무 수치스럽다며 정신적으로 힘들어했고
나는 한동안 엄마를 내가 다니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모시고 다니기도 했다.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지만 그래도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우리 가족은 모든 것을 묻어두고 지냈다.
사건은 제주도에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여행을 갔을 때였다.
열흘간 여행을 하며 즐겁게 보냈지만 아버지는 또 엄마에게 화를 내며 폭력을 휘두르려고 했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폭력에 저항을 했다. 아버지와 나는 서로를 다시는 보지 말자며
소리를 질렀고 아버지는 혼자 서울을 가셨다.
그렇게 제주도여행은 악몽으로 끝나버렸다. 나는 그런 일에 대해서 남편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괴롭히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남편은 소송에서 내가 아버지와 싸워서 서로 원수가 되어 돌아왔다며
부모까지도 나를 감당 못하는 문제가 많은 인간으로 묘사했다.
아버지와 싸운 것이 아닌 폭력에 저항한 것이고 엄마를 지키기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내가 한 행동이었다.
엄마는 그 뒤로 아버지가 그런 일들을 잘하지 않는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아버지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는 나를
남편은 비난하며 부모와도 연을 끊고 살 정도의 독하고 나쁜 인간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아버지와 만나지 않는 것은 아버지에게 잘못했다고 하는 순간,
아버지의 폭력은 정당화가 될 것이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고 왜 부모님 집에 가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일상을 이야기하며 지내고 싶지 않았을까..
지금 가장 힘든 순간 위로받고 싶은 사람은 그래도 내 핏줄이고 내 부모인 것을
이렇게 나를 비난을 하는 남편 때문에 나는 정말 나에게 문제가 있는지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했다.
의사는 대부분 오랫동안 가정에서 폭력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이미 그것에 길들여지기 때문에
저항을 하지 않고 순응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의사는 엄마와 상담할 때 가압적인 아버지의 행동에 불만은 있지만 너무나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줬다.
내가 한 행동은 반복적인 폭력에 대해서 한 정당한 행위이고 가장 건강한 방법으로 반응한 것이니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가정 내의 일에 대해서 부모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무시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나의 아픈 가정사를 가지고 자신의 성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버지와도 싸움을 하는
몰지각한 인간으로 그려낸 남편을 보며 내가 저런 사람에게 나의 아픔을 위로받으려고 했었구나
생각을 하니 정말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고 긴 시간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조사를 하며 남편은 아주 자랑스럽게 자신은 지금 나랑 같이 안 살고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정말 경악을 했다.
내 글을 다 읽었다면 현재 내가 어떻게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자신은 행복하다며 자신은 이 결혼의 피해자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나는 하루하루를 지옥에서 살고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자신이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남편이 왜 행복한지...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남편은 자신이 3년 전부터 이혼을 준비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남편의 말대로라면 공교롭게도 내가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진 시기이고
남편의 건강이 호전을 보였던 때이다.
나는 3년 전부터 이혼을 준비했다는 말을 듣고 정말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했었다.
보통 이혼을 결심한다면 가장 무슨 일부터 먼저 하게 될까?
많은 변호사들도 언론에 나와서 이야기를 하지만 재산을 은닉하는 것이다.
재산분할이 되지 않는 곳으로 자신의 수입을 빼돌리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당연히 예상하게 된다.
그곳은 평소 남편이 열심히 투자하는 코인으로 국내거래소가 아닌 내가 찾을 수 없는 해외거래소를 통하며
재산을 숨겼다는 것 정도도 나는 잘 알고 있다.
재산 내역을 서로 제출을 했지만 난 믿지 않는다.
가사조사를 마치고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내가 건강이 안 좋아지고 남편에게 생활비를 요구했으나
oo회사로부터 자문비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고정적으로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구비를 빼돌려 나에게 그것으로 생활을 하라고 퉁 치기만 했다.
나는 아파트 이자를 내고 남은 돈을 내가 모아 둘 테니 돈을 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그때 나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당시에 나는 얼른 아파트 대출을 잘 해결하고 투자로 재산을 잘 형성해서
노후를 잘 보낼 생각을 했었다.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남편이 행복한 것처럼 나도 얼른 이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혼 소송을 한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다.
이혼이라는 것이 실제 전쟁을 경험하는 것만큼의 스트레스를 받게 만든다는
어느 언론의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전쟁을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나의 현재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혼 소송을 하고 상대의 거짓말과 왜곡된 내용의 주장을 확인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지만 이제 담담히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충격으로 아파할 수만은 없으니까..
현재의 내 상황에서 나를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불행과 행복은 언제나 공존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글이 나는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너무 힘든 상황이지만 언제나 불행한 것만은 아니니까...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지루한 일상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내가 오전에 일어나 아침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책상에 앉아 무엇인가를 하게 된다면 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지며 설레어하기도 한다.
살면서 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일을 하는 것, 아주 보통의 일상은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디폴트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강을 잃고 나니 난 아침에 눈을 뜨고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이벤트와 같은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섬유근육통을 앓으면서
평균적으로 오후 1시나 2시 혹은 더 늦은 시간은 오후 4-5시에 일어난다.
건강한 사람들은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의문을 갖겠지만 나도 그런 내가 너무 싫고
죽은 사람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후에 일어나면 너무 속상해서 울었다.
일어나도 전신의 통증으로 나는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누워서 시계를 보며 울어야 했다.
정말 평생을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것일까 생각을 하며 이렇게 사는 것이 의미 없다는 판단을
내리며 불행에 불행을 더해 나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 나는 예전에 내가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오전근무를 마치고 점심은 뭘 먹을지 동료들과 고민하며 업무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고 퇴근 후 맥주도 한잔 하는 그때의 평범한 일상이 눈물 나도록 그립고
꼭 다시 하고 싶은 일이다.
그때 탈출하고 싶었던 지겨운 일상이 얼마나 그립고 행복한 평범함이었는지를
나는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지금 나는 불행한 내 상황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고 있다.
조금 일찍 일어나게 되면 어제보다 내가 더 나아졌구나...
통증이 줄어들면 완치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기도 한다.
병원에 가면 담당 의사가 고맙게도 내 속 이야기를 긴 시간 들어주고 내 아픔에 충분히 공감을 해준다.
간호사도 대충 내 사정을 눈치를 챘는지 따뜻한 말 한마디나 내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안부를 챙기기도 한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밤이 되면 매일 나와 함께 하는 고양이와 사냥놀이를 하면서 장난을 치며 웃을 수도 있다.
또 책이나 강연을 보며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깨달음에 감격하며 내가 변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보기도 한다.
나의 일상은 건강한 사람들이 보기에 매우 지루하고 비생산적이다.
하지만 지금 이 일상을 만드는 데까지도 나에게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결혼을 하던 하지 않던 이혼을 하던 하지 않던 결국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은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금 나는 여러 건의 소송으로 얼룩진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얼룩진 불행한 내 삶 속에서도
작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행복이 있고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며 내 마음에 작은 평화가 온다.
행복이라는 것은 원래 작은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주 작은 누군가의 친절한 인사나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어리석게도 나는 다 잃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어떠한 바람이 몰아쳐도 내 머리카락 한올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난 강해지고 대담해지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지금 나에게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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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용기를 내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응원하고 걱정해 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내서 더 강해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