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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날의 안녕 Sep 04. 2023

남편의 상간녀를 보게 되었다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 내 눈에 담겨 버렸다

작년 11월에 이혼소장을 받고 이혼이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에 나는 정신이 나가 버렸다.

남편에게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은 없었다.

나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었고 그것이 소송에서 증거자료로 아주 요긴하게

사용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나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과 대화를 원한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남편은 답이 없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사태가 더 나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2월에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퇴근 시간 즈음에 맞춰 사무실 주차장 출구에서 기다렸다.


시간이 흘렀다. 남편의 차가 지하에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차를 향해 클랙슨을 눌렀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둠이 내린 시간이었지만 내 차의 색은 밝은 경차이기에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나를 보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남편은 그냥 지나쳤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려다 어차피 남편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만날 수 있을 테니...

남편이 가는 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남편은 이혼소장에서 자신이 부모님 집에서 머무르고 있다고 했지만 남편이 가는 곳은 너무 의외의 장소였고

결국 낯선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는 멈췄다.


난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이 너무 생각하지 못한 곳이라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멍해져 버렸다.


차가 멈췄고 운전석에서 사람이 내렸다.


남편이 아니었다.

어린 여자가 차에서 내렸고 흐뭇하게 차를 바라보며

차키를 눌러 문을 닫고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그 자리에서 '너 누구냐며...' 따지고 물으며 그동안 쌓여있던 내 안의 분노를

모두 표출해 버리고 싶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난 오히려 몸을 숨기고 얼굴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켰다.


남편의 연구실 건물에서 나온 차량이다. 분명 같은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여자다.

나는 남편의 연구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내가 화면에 담은 상간녀 모습과

연구실 구성원 소개 페이지 속 여자들을 비교하며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행정비서.....

상간녀와 남편의 나이차는 대충 추측을 해봐도

20살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였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왜 이렇게 전개가 막장드라마로 계속 가고 있는 걸까?

하필 상간녀도 비서.... 너무 뻔해서 어이가 없었다.




남편이 집을 나가기 전에 내 성격을 탓하며 고분고분해지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세상에 네가 시키는 대로 사는 여자가 요즘 어디 있냐며 말 같은 소리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의 그 표정을 봤다.

눈빛과 표정은 확신에 찼고 그런 나에게 너 참 답답하다는 눈빛으로

"그런 여자가 왜 없어!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난 그 표정과 눈빛을 통해 불륜 상대가 남편 말을 꽤나 잘 듣는 고분고분한 애구나

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남편이 에둘러서 상간녀의 존재를 나에게 알린 것과 다름이 없었다.


실제 상간녀를 보니 남편이 시키는 대로 잘 움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보상으로 내가 남편에게 사준 벤츠 차량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상간녀는 벤츠로 출퇴근을 하는 게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차에서 내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이 꽤나 성공한 듯한 기분에 취한 것으로 보였다.


남편은 부모님 집에 당연히 살고 있지 않았다.

정말 그가 말한 것 중에 사실은 있긴 한 걸까? 굳이 부모님 집에 산다고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자신이 일하는 곳,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 그의 표현대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피스텔이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거리이니 차가 필요 없을 테고

상간녀에게 차량을 타라고 줬다는 것은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내가 아는 남편은 언제나 너무 바빠 11시가 넘은 시간에 퇴근을 했으며

주말이나 공휴일도 모두 일을 하며 쉬는 날임에도 늦은 밤에 집에 왔었다.

심지어는 코로나가 걸린 작년 3월과 8월에도 집에서 격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격리를 하지 않고 연구실을 쫓아갈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을 했었다.


그런데 집을 나가고 나니 일이 갑자기 줄어든 것인지, 일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것인지...

남들이 일반적으로 퇴근을 하는 시간에 그도 퇴근을 했다.

퇴근한 뒤에나 주말에는 상간녀를 만나 연구비를 쓰며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주변을 경계하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그들은 마치 007 작전을 펼치는 듯이 만남을 갖고 있었다.

22년도의 마지막 날도 23년도의 첫날도 모두 상간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 내 눈에 담겨 버렸다.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웃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2023년 새해가 밝았다고 TV에서는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희망을 꿈꾸기엔 나는 너무 처참하게 무너져 버렸고 나는 정말 내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니던 한의원도 잘 가지 않았다.

통증에 호전이 있어 병원에 가는 것은 나의 하루 중에 가장 중요한 일과였는데

나는 마치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나는 가족들과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엄마는 택배로 반찬과 고기를 보내왔고 톡으로 메시지만 남길뿐이었다.

병원에도 가지 못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약값을 지불하고  한약을 지어서 집으로 보내주셨다.

톡을 보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엄마의 서툰 메시지는

언제나 '사랑한다. 내 딸'이었다.


나는 내가 저지른 일이니 이 고통을 그대로 감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엄마는 젊은 시절은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을 하고 노년에는 어리석은 딸의 인생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계신다.


나는 엄마에게 지은 이 죄를 씻을 수 있긴 할까...


일을 거의 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조카를 등원시켜 주고받은 돈과

동생들이 주는 용돈을 모아서 저축을 하고 있다고 했다.

돈을 꽤 모으고 있으니 돈 걱정하지 말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재미있게 살라고 하셨다.


나는 엄마가 용돈을 모아 저축을 한다는 말에 오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내가 이런 처지까지 되었는지... 난 왜 인생을 이따위로밖에 못 사는 건지...

노모의 용돈을 가져다 쓰는 불효까지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원치 않는 장면을 내 눈에 담게 되며 1월에는 삶을 내려놓고 살았다.

내가 빨리 일어나길 엄마는 간절히 바랐지만 나는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때는 내가 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직장 생활을 15년간 하면서 나는 사내에서 은밀히 일어나는 다양한 불륜을 목격한 적이 있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불륜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친하다'라는 남녀 사이는 약간의 선을 넘게 되면 '불륜'이라는 것으로 변질되기가 아주 쉽다.

불륜의 당사자들은 은밀히 모든 것이 진행되기에 회사사람들이 아무도 모를 거라 착각한다.


하지만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구성원들은 그 둘의 관계의 변화를 금방 눈치챌 수 있고

그저 모두의 평화를 위해 모른 척을 할 뿐이다.

이미 내부 구성원들은 다 아는데 소문이 났다는 사실을 가장 늦게 알게 되는 것은 당사자들이다.


나는 남편이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을 한다.

처음 그들의 모습을 봤을 때는 배신감과 분노의 감정이 나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지금 나는 그들에 대한 미움과 같은 감정이 없다.


나는 마음이 단단해져 있고 그들은 불안하고 두려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사조사에서 만난 남편은 매우 불안해 보였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주장을 하는데, 행복은 마음이 편안한 것이 기반이 되어야 느낄 수 있다.

남편이 행복하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다만 그가 안쓰러울 뿐이다.



이브의 사과처럼, 금지된 사과를 먹을 때 인간은 더 달콤함을 느끼게 된다.

지루한 일상에서 은밀한 자극은 어쩌면 모든 사람이 원하는 일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다만 금지된 것을 선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 사람의 신념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금지된 불륜이 뭔가 운명처럼 느껴지는 뜨거움과 짜릿함을 준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 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그 자극은 사라진다.


자신들이 하면 불륜도 사랑이니 엄청 애틋한 사랑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 짜릿함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인간은 자신이 비밀리에 한일을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하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

제가 작성한 모든 글은 소설이 아닌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을 중심으로

작성한 에세이 입니다. 

거짓이나 과장 또한 없는 모두 실제 저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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