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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힘 Jun 23. 2023

마당이 있는 2층집 단독주택이 남겨준 상처

몸만 따라온 이사

지난겨울 이사 오고 썼던 일기 중-


몸만 따라온 이사.
남편이 꿈에 그리던 주택에 살게 되었다.
아마도 남편 아니었으면 주택에 살아보리라고는 상상도 못 해 본 일인데 아이들에게 아파트에서 뛰지 말란 소리를 안 해도 되는 이로움 하나로 찬성해서 따라왔다. 그 사람은 포기 안 할 거 아니까 계속 ' 때문에 이런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산다'부터 시작해서 '너 때문에 집값 올랐을 때 못 팔았다'까지 모든 원망을 들어야 하기에 이 기회에 나도 용기를 냈다. 그 고문에서 벗어나보로.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성질 대로만 하는 신랑은 평생 살아보지 못한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도 그냥 초가집에 살아도 맘 편히 살고 싶다는 소망을 게 했다.

지금 내 품에 있는 어린 너희들을 귀하디 귀하게
예쁘고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담게 해 줘도 모자란데
아빠라는 사람에게서 거칠고 상스러운 것들을 배우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안쓰럽고 죄스럽다.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을 구하는 길인가 알고 싶다. 답이 있었으면.

이사준비를 하며 뭐 하나 평탄하지 못했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웠다.
예감이 좋지 않은 이사를 강행한 건 남편인데
입주를 하고서도 계속 집에 문제를 삼고 분란을 일으키고 일을 크게 키우는 것도 남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 값을 깎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별 수작을 다 부렸던 것.)

모든 스트레스는 아이들에게까지 고스란히.
늘 언성을 높이고 차분히라고는 볼 수 없는 대흥분상태인 아빠의 모습이 너희에게 무슨 영향을 미칠지.

나라도 차분하고 담대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동안 전혀 대화가 되질 않는 남편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상대조차 하기 싫은 지경에 이르렀던 게,
이사 과정에서 화가 단기간에 급속도로 쌓이다 보니 그 분노를 더 이상은 담지 못할 내 작은 그릇이 흘러넘치다 못해 깨져버렸다. 참지 못해 맞서 싸우는 일이 잦아지면서 최근 몇 년간 관심 없던 당신에게 난 또 스트레스라는 걸 받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뭐 하나 꽂히면 끝없이 몰아붙이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아 검색을 했다. 정신상담을 받아볼까 이혼상담을 받아볼까.

결국 이거든 저거든 현실은 이 모든 상황을  으로는 종료할 수 없다는 것.
남편은 입만 열면 이혼을 말하지만 정작 해주지 않는다. 돈 때문인지 아이들 때문인지 자존심 때문인지.

그저 처자식을 괴롭히면서 이혼은 죽어도 용납 못하는 아이러니 한 사람.
벗어나려면 소송밖에 없다.  소송을 하게 되면 이성을 잃을게 분명하고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두렵다.
친정 식구들에게 피해를 줄 게 분명한 일이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

험한 꼴을 아이들에게 보기 싫어 더 클 때까지는 참아 보는 중이다. (현재는 더 클 때까지 기다렸다간 애들 크는 것도 못 보고 죽을 것 같아 이혼 결정) 그때가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라잇나우...)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내가 죽고 싶었다가 아이들 때문이라도 나는 죽어도 살아야 하기에 널 죽이고 싶었다가 결국 아이들 아빠니까...로 가라앉혀 본다.

전화를 못 받는 상황에도 '왜 전화를 안 받'에 꽂히면 자기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몰아붙인다. 아이들 씻기느라 못 받았다는 대답에도 "왜 전화 안 받았냐! 일부러 안 받았지? 내가 다 안다!" 자기가 생각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전활 끊지 않는다. 더 들어줄 수 없어 내가 먼저 끊기라도 했다가는 다시 걸어 더 격하게 추궁한다. 숨통을 조이다 못해 끊어놓는 기분이다.

오늘 아침, 아이들 등교, 등원을 위해 눈이 와 얼어붙은 대문을 급히 열고 나가느라 힘줘서 세게 열었더니 철문에서 '끼익' 큰 소리가 났다. 

물론 문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으나 문을 제로 열었다는 이유로 아이들 차에 태우면서도 계속 쏟아내는 육두문자. 출발하고서도 전활 걸어 "문을 그렇게 열면 어떡하냐! 넌 생각이 없다. xxxxxx"

들들 볶기 시작다.


그럼 그 바쁜 와중에 열리지 않는 문을 무슨 수로 어떻게 열었어야 됐단 말인가.

렇게 살고 싶다던 주택에 이사를 와놓고선 온통 불만과 분노뿐이다.

도통 감사라고는 모르는 사람과 사는 일이란, 내가 가진 감사까지 뭉개서 묵사발 만들어 버리는 일이다.


난 내가 버티기 위해 이 와중에 감사를 찾아본다.

내 손으로  내 아이들 키울 수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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