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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물 May 05. 2024

꿈틀 부부의 결혼식 준비하기

결혼


우리는 이미 신혼부부 청약 당첨이 되어, 올해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결혼식을 아직 올리지는 않았다. 

2년 전, 남편이 나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서, 옥탑방 소년 남편이 자연스럽게 내 자취방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우리는 7평 원룸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이 청약 신청을 했다. (물론 내가 다 했다). 


1년 만에 신혼부부 전형 청약이 당첨이 되었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친구이기 때문에...."당신 없으면 난 살아갈 힘이 없소"라는 생각으로,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구청에 가서 혼인 시고를 했다. 


사실 남편과 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둘 다 성향이 내성적이고, 워낙 상처도 잘 받고, 세심한 감각 덕분인지(핑계다) 삔또도 잘 상하는 타입(?)이라 멀어진 관계를 잘 타이르면서 지내지 못했다. 이거 나만 그렇게 살아왔다면 굉장히 히키코모리 아줌마로 이 세상 살다가 죽었을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나랑 똑같은 삶을 살아온 남편 덕에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고 살아가고 있으니, 이것 참 천만다행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만났지만, 둘 다 퇴사를 한 지는 2년이 넘어가고, 그때 당시 함께 친하게 지냈던 회사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니 점점 연락이 끊겼다. 


이런 이유로, 당연히 우리가 결혼식을 한다면 초대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남편에게는 소꿉친구들 3명 정도 있고, 나도 소수의 친구들이 있지만 그마저도 왕래가 잦지는 않다. 이미 멀어질 때로 멀어진 인간관계는, 이제 와서 결혼을 한다고 다시 붙여지지도 않고, 그렇게 갑자기 연락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 친구의 결혼식


그동안 회사를 많이 옮겨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받았지만, 내가 실제로 참석한 결혼식은 손에 꼽았다. 이유는, 그때 당시 내 삶은 너무 초라하다고 느꼈었고, 외로웠고, 행복하지 않았다. 


이기적인 마음이었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를 축하해 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남편을 만나기 전, 나는 결혼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은 시간 낭비, 돈 낭비라고 생각했다. 축의금을 낼 돈으로 나를 위해 저금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결혼을 준비하며 앞두고 생각해 보니, 내가 초대한 사람들이 내 결혼식에 온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축의금을 준다는 것은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 


이 감정을 느끼는 순간, 누군가의 초대장을 받으며 애써 외면했던 모든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아, 그래도 나와 소중한 추억을 함께 보냈던 사람의 결혼식은 갔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조금씩 하고 있다. 내가 불행하는 순간에도, 남을 축하해 주는 마음이 있었어야, 성숙한 어른이었는데, 나는 정말 못난 아이였다. 당연히 지금은 되돌릴 수도 없고, 이제 와서 무언가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모든 것은 그대로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둘 다 회사라도 다녔으면, 초대할 수 있는 소수의 동료라도 있었을 텐데, 자영업을 하면서 사회적인 관계들이 사라지고 흩어져버렸다. 결혼식은 부모님들의 잔치라고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현재 벌거기간이 3년이 넘어가고 있고, 서로 아예 얼굴조차 보지 않고 있으니, 이거 결혼식을 하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을 요즘하고 있다. 


나와 남편은 부를 친구도, 동료도 없고, 집안은 엉망진창인데, 파티를 열어야 무슨 소용일까, 싶은 거다. 


이런 이유로, 나와 남편은 가족끼리 올리는 예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부모님께 그 뜻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시어머니는 자식이 결혼하는 첫 예식이니, 일반적으로 예식을 올리고 싶어 하시는 듯 하니, 또 머릿속이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1. 나, 남편 = 친구 없음

2. 우리 집 = 엄마 = 아빠 = 비공식적인 이혼

3. 시댁 = 일반 예식을 하길 원함


나와 남편은 주말 영업일에 휴무를 내서라도 결혼식을 알아보긴 알아보고는 있는데, 이거 점점 마음에서 계속 의욕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


누구를 위한 결혼식이고, 무엇을 위한 결혼식일까?

우리는 과연, 우리만의 만족한 웨딩을 할 수 있을까? 


다음화 계속!

글 꾸물

커버사진 남편의 치즈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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