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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물 May 08. 2024

결혼식이 주는 의미

결혼


"결혼"이라는 것은 아주 먼 거리에 있다고 느껴졌을 20대, 더군다나 애인이라도 없다면 더더욱 멀게 느껴졌을 그때, 가끔씩 주변에 친한 지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갑작스럽게 안부를 묻더니, 곧 결혼한다며 툭 연락이 오곤 한다. 


그때 내 감정은 늘 분노에 차올랐다. 


평소에 연락도 잘 안 했으면서, 본인 결혼식에 초대하는 뻔뻔함은 뭘까, 자기 하객수만 채우려고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당연히 많이 멀어졌던 사이니, 오해를 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들이 초대를 대부분 무시하거나 축하한다는 메시지만 보냈다. 


서른넷이 되어, 이제야 짝꿍을 만나 결혼을 준비하면서 그들이 느꼈을 복잡한 감정들을 현재 이해하고 있다. "내가 결혼을 할 때면, 절대 갑작스럽게 지난 인연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늘 했었는데, 어제는 연락처를 뒤져보며, 사이가 틀어진 친구들에게도 화해 요청을 고려하는 나 자신이 구차하게 느껴지고 있다. 


결혼식은 과거의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내 결혼식의 하객수를 늘리려는 마음과는 또 다르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내 삶을 돌아보며 지난 인연들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었고, 그들을 이 계기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으니까. 다시 볼 수 있다면 너무 반가울 것 같고, 내 결혼식에 와준다면 더 고마울 것 같고, 꼭 참석하지 않더라도 계속 안부를 물으면서 다시 잘 지내고 싶은, 그런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느껴진 감정은, "아, 이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지금도 연락을 잘하고 있었더라면, 내 결혼식에 초대해서 행복하게 보냈을 수 있었을 텐데, 좋은 추억이 되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가장 컸다. 물론, 많은 사연들이 있었고, 멀어진 이유도 명확했고, 감정이 틀어진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미래의 내 결혼식 초대를 위해 그들과 꾹꾹 참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던 관계도 있었고, 그때 당시 내가 무언가 부족해서 멀어진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나는 이제 결혼식을 초대했던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 나와 다시 얼굴 보며 안부를 묻고, 좋은 추억을 나누고 싶었고, 그걸 계기로 앞으로도 응원해 주는 사이가 되고 싶었지 않았을까. 하지만 과거의 나는, 절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혼식이 주는 의미


이 기회로, 내가 용기를 내서 다시 보고 싶었고, 얼마든지 이 계기로 계속 만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그 이전에는, 삶을 돌아보거나 지난 추억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이상한 뻔뻔함과 뭔지 모를 용기가 생기면서 연락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내 쪽이고, 그리운 것도 내 쪽이니, 최소한 무언가 노력이라도 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나의 모자람으로 인해 멀어진, 나에게 정말 좋은 영향을 주었던 친구들이 딱 세명 있다. 상대방이 나에게 실수를 해서 멀어진 관계가 아닌, 내가 이 관계를 망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친구 세 명에게 어제 문자를 보냈다. 앞으로도 내가 먼저 연락을 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세 명의 친구에게,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문자를 보내는 내 자신이 나도 놀라웠지만, 너무나 다시 보고싶었고, 다시 연락하는 사이가 되고 싶었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과거의 내 부족함이 떠올랐고, 다시 잘 지내고 싶었다. 

단지, 그 이유였다. 


내 마음과 진심은 전했지만, 세 명의 친구중, 단 한 명만 회신이 왔고, 나머지 두 명은 답이 없었다. 

그래도 그 한 명의 친구라도 나와 소통을 하려고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고, 그 날 밤은 행복했다. 


"결혼식"이라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지나온 세월동안 나의 인간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고, 과거의 우리를 떠올리게 하고, 추억을 돌아보게 되고, 내 인생의 결과물을 보는 것만 같았다. 


연락이 오지 않는, 그 두 명에게 나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 내가 노력하지 않았던 관계였고, 내가 무너뜨린 모래성이었으니까. 답이 없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래도, 진심을 다해서, 내 잘못에 대해 사과했고, 다시 보고싶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그들이 꿈에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것 만으로도 연락을 먼저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지, 마음이 풀어지면 연락을 달라는 말과 함께 메세지를 마무리했다. 


내가 결혼식을 올리고, 자식을 낳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영원히 답이 안 올수도 있고, 서로 모르는 사이로 남겨졌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식으로 인해, 내가 사과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가 생긴 것만으로 후회는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어젯밤 내가 멀어진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는 사실을 예비 남편에게는 말을 하진 않았는데, 

잠들기 전, 나를 보며 다정하게 껴안아주고, 예쁘다는 말과 함께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내 마음의 상처는 평생 이 사람이 치유해주는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밤이 많이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글 꾸물

커버사진 남편의 치즈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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