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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물 May 30. 2024

사랑과 우정

그리움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에, 나는 가장 친했던 세 명의 친구들과 멀어졌다. 


정말 가족과도 같은 사이였는데, 내 부족함으로 인해 대판 싸우게 되었고, 나는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당시 회사에서 선후배 사이였던 남편은, 나에게 호감이 있었던 상태였다(그때는 알지 못했다). 5명 남짓 근무를 하고 있었던 작은 사무실에서, 나는 내 옆자리에 있었던 남편에게 대뜸 요즘 너무 슬픈 일이 있다고 말을 했다. 누구라도 붙잡고 내 마음의 상태를 말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 것만 같았다. 그게 누구라도 위로를 받고 싶었다. 


나는 남편에게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해주었고, 남편은 내 이야기에 최선을 다해서 귀를 기울여주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계기로 그는 나에게 용기 아닌 용기를 처음으로 냈다. 


"선배님 이번 주말에 술 한잔 할까요?"

(그러하다. 내가 선배, 남편이 후배였다)


남편은 지금도 그렇지만,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이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즐겨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당시 나에게 그렇게 말해준 남편의 한 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같은 사무실에서 꽤나 농담도 자주 주고받고, 대화를 편하게 하는 사이였다. 그의 제안에, 나는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 나를, 여자로 보고 있는 건가?


우리는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토요일에 만나, 석촌호수를 함께 걸었다. 하얀색 오리 가족을 보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행복을 느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고, 저녁에는 술은 마시지 않고 맛있는 파스타를 먹었다. 나는 천천히 친구들과의 갈등을 이야기했고, 남편은 최선을 다해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인생에서 절대 멀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친구들을 잃었지만, 그 계기로 평생의 동반자와 첫 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에 잠긴다. 


만약 그날, 내가 친구들과 싸우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의 남편과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그가 용기를 내어 나에게 데이트 제안을 할 수 있었을까?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평생 나를 좋아해 주고 믿어주는 친구들,

그리고 평생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나의 남편. 


결혼을 준비하면서, 멀어진 친구들이 자주 생각이 났다. 그중에 가장 나를 좋아해 주고 지지해 주었던 한 친구가 너무 그리워서 3년 만에 연락을 해보았다. 결혼을 앞두니 더 많이 생각이 났다. 지금이 아니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었다. 며칠 고민을 하다가, 용기를 내어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너무 보고싶고, 그립고, 예전에 너무 미안했다고. 너의 마음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보냈다. 


그러나 그 친구의 마음은 이미 많이 떠났는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답장은 오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다시 연락 오기를 기다려서 그런지 텅 빈 허전한 마음은 며칠 이어졌다. 

그 친구의 마음은, 현재 내 마음과 같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무언가 마음이 훨씬 후련해졌다. 모든 인연은 기회와 타이밍으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는데, 아마 그 친구와의 기회는 이미 많이 잃어버린 듯했다. 아마, 내가 잃게 했을 것이다. 너무 오만했고, 자만했고, 그리고 많이 늦었다.   


시간이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그 친구와 멀어지지 않기 위해 더 존중하고, 

한 발 양보하고, 갈등을 피하려고 노력했겠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남편을 만날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나를 위로해 주었던 그의 말, 그의 눈빛, 그의 마음이 나에게는 너무나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모든 것을 갖기는 어려운 것일까.

사랑과 우정, 그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정말 마음이 넓은 사람이고,

복이 있는 사람이고,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앞으로는 정말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그리고 정말 정말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멀어지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멀어진 시간 만큼, 그녀의 마음도 저 바다 멀리 떠나가버렸다.  

그래도 여전히 보고 싶다. 친구야


커버사진 남편의 에그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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