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 엄마 Jun 01. 2024

요리하는 남자, 멋져! 개 멋져!

여기까지 감자아빠 홈스토랑의 힐링요리를 따라온 독자는 눈치챌 것이다. 열심히 공부한 레시피지만 내 고집대로 나 편한 대로 만들었구나. 그렇다면 평범한 60대 남자가 내 집 주방에서 세계 요리 홈스토랑을 차리는 게 가능하겠는데. 맞다!  


“요리는 열정과 상식의 문제다. 그렇게 전문적일 필요는 전혀 없다.”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의 요리 에세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The Pedant in the kitchen) 』의 추천사를 쓴 영국 요식업계의 거장 셰프, 마크 힉스(Mark Hix)가 한 말이다.


미국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King Fu Panda)’를 보자. 국숫집 사장 거위 아빠가 아들 팬더 포(Po)에게 밝히는 국수 장인의 비법은 뭘까? “가문의 비밀인 국수의 비법 따윈 없어. 무언가를 특별하게 만들려면 그저 그걸 특별하다 믿으면 돼.” 이때 비로소 포는 ‘용의 전사’, 드래건 워리어(Dragon warrior)로 거듭난다. “그래. 비법은 없어 중요한 건 나야. 내가 만드는 게 비법이라고!”라고 득도하면서. 


감자아빠의 요리 비법도 팬더 포가 득도하면서 발견하는 비법과 공통점을 갖는다. “내가 만드는 게 비법이야. 나만의 레시피를 꾸준히 개발하면 돼!”. 감자아빠가 배짱 좋은 고수(?)로 성장한 이유는 “내가 먹고 싶은 메뉴부터 시도하고, 내가 편한 대로 만든다.”는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예쁜 여자는 세 달, 착한 여자는 삼 년, 음식 잘하는 여자는 평생'이라는 말이 있다. 옛 말씀(?)이다. 이 '말씀'을 바꿔야 할 때다. ‘잘난 남자는 세 달, 착한 남자는 삼 년, 음식 잘하는 남자는 평생!’이라고.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요리하는 남자 배역을 잘 활용한다. 『파비엔느에 관한 진실 (원제 : 진실 La vérité)』을 볼까. 신경질적인 장모 파비엔느와 아내 뤼미르 사이에서 건들건들 균형을 유지해 주는 행크. 배역을 맡은 배우가 에단 호크이니 일단 멋지다! 그런데 주방에서 딸 샤를로트와 “공책 따위 던져버리고 새로운 요리법을 찾자!”라고 흥얼거리며 파스타 반죽을 하는 행크를 보라. “개 멋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또 다른 작품 『브로커 Broker』도 놓칠 수 없다. 아기를 팔고 사는 잔혹한 스토리는 어둡지 않고 밝게 진행된다. 왜 그럴 수 있을까? 여형사 수진의 남편 선호는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어 아내에게 나른다. 아기는 버려질까? 선호가 독박 육아를 하면서 아기는 구원된다. 『브로커』의 반전 아닌 반전이다. 고레에다 작품 속 밝음은 요리하는 남자들이 모순으로 가득 찬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숨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60대는 요리의 본질을 사유하고 실천해야 할 나이이다.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종합예술로서의 요리 말이다! ‘요리한다’는 말은 ‘변화시킨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요리는 ‘변화시키는 예술’이기도 하다. 당당하게 내 멋대로 ‘나’와 ‘가족’을 변화시키는 감자아빠의 창의성 넘치는 레시피는  계속 이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