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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는 마음

by 박화선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뭔가를 써 보려고 하지만 막상 글감도 떠오르지 않고 뭘 써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먹거나 딴짓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몸은 피곤하고 잇몸이 붓기도 하고 마치 힘든 일을 한 사람처럼 피곤하다. '왜 그러지?' '나이 들어서 그런가' 생각하는데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글을 쓰는 일이 몸에 긴장을 가져오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쥐며느리와 며느리의 차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다. 하나는 기분이 삼삼해지는 일이고 하나는 몸이 축나는 일이다, '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 표현이 재미있다. 글 쓰고 싶은 일은 기분이 삼삼해지는 일이고 글을 쓰는 일은 몸이 축나는 일이구나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생각하니 그래도 다행이다. 왜 나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했는데 힘이 드는 건지 몸에 이상이 있는 건가 걱정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떤 글 잘 쓰는 작가에게 '글 쓰는 일이 힘들지 않냐?'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괜찮다'라고 하면서 글을 하루 종일 쓰기도 한다고 했다. 그 작가는 아마도 글쓰기에 허기가 든 사람이었던가 보다. 글쓰기에 허기가 들어야 뭔가를 마구 쏟아낼 수 있는 것 같다. 배가 고프지 않을 때 억지로 밥을 먹으려 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해지듯이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직 글쓰기에 대한 진정한 '허기'가 느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책상에 앉는 것은 몸과 마음에 부담을 주는 일이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글쓰기라는 힘든 운동을 시작할 수 없는 것이다.


글쓰기 허기를 만드는 건 결국 '쓰는 행위'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배고픔을 느끼려면 몸을 움직여야 하듯,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키우려면 뭐라도 써야 하는 것이다. 거창하고 완벽한 작품을 쓰겠다는 목표를 가지면 쓰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오늘 길을 가다 본 인상 깊은 장면, 우연히 들은 노랫말, 문득 떠오른 생각의 조각 등 무엇이든 손이 가는 대로, 머리가 시키는 대로 끄적여 보자. 이런 작은 글쓰기 시도로 내 안의 글쓰기 근육을 깨워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볼품없고 어색할지 몰라도, 한 문장, 두 문장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다음 문장이 궁금해지고,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하게 되고, 비로소 글쓰기에 대한 진짜 허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몸이 피곤하고 잇몸이 붓는 대신, 며칠 동안 글을 쓰지 못해 오히려 몸이 근질거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배고픈 사람이 밥을 찾아 헤매듯, 어떤 글이라도 써야 속이 시원해지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쓰고 싶다"는 마음속에 숨어있는 진짜 내 안의 이야기를 찾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원문장)

배고픈 사람은 밥 먹고 '싶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야 만다. 글쓰기도 비슷하다. 글쓰기에 허기를 느끼면 뭐라도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몇 줄이라도 토해내지 않으면 체한 듯 속이 막히니 쓸 수밖에 없다. 가능성을 두리번거리거나 막연한 기분에 젖어 들 틈이 없다. 그냥 쓴다.

<무정한 글쓰기, p.17> 신나리, 느린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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