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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날들 Jul 12. 2024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스테퍼니 프레스턴

그런 날이 있다. 타인이 건네주는 다정함에 기대어 숨이 쉬어지는 날. 꼭 나를 잘 읽어줄 수 있는 지인의 밀도 있는 공감이 아니더라도,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데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눌러준다든지. 깜박이는 신호등 앞에서 먼저 건너라고 양보해주는 친절한 손짓이라든지, 예쁘고 정갈하게 담긴 음식을 대접받는다든지.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서로가 서로를 향해 보내는 다정한 마음들이 있기에 무너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은 행동신경과학과 심리생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행동 연구를 통해 타인의 감정이 공감과 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에게 있는 이타적 욕구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이다. 우리 안에 있는 공감, 이타주의, 다정함의 이유에 대해 신경, 심리학적 메커니즘 관점에서 풀어쓴 책.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청년을 구하기 위해 열차가 오는데도 위험에 뛰어든 영웅적 행동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본능에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베풀고, 아픈 마음에 공감하려는 사려 깊음이 있다. ‘이타성’에 대해 심리작용, 신경학적 기반을 통해 접근하다보니 용어들이 조금 생소하고 어렵기도 했지만 공감력이 뇌의 영역이고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할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흠이라면 ‘다정함’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책을 골랐는데 대문자 TTTT와 대화를 나눈 기분이 든다는 것.

 

<오늘의 밑줄>


사회심리학과 신경과학은 수동적 돌봄과 능동적 돌봄을 분리해 어느 하나의 원형적인 형태로서 연구하지 않는다. 통제된 실험환경에서는 피험자들이 대체로 멀리 있는 사람이나 때로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간접적으로 돈을 기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마음 상한 친구를 포옹해주면서 달래거나, 지친 아이를 껴안아 주거나, 보트에 탔다가 차가운 물에 빠져 구조된 사람에게 담요를 덮어주는 수동적 돌봄을 보이는 것을 됨됨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정하고 위로가 되는 행동은 일상생활에서는 물론이고 곁에 있어 주는 것 자체가 관계의 성질을 정의하는 친밀한 사회적 유대관계에서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p.137)

 

이타주의에 적용해 말하자면, 어린 시절에 긍정적인 경험이 없는 사람은 표현하는 법이 서툰 어른으로 자라나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학습된 표현 절제는 늘 화를 내거나 따뜻한 보살핌을 거부하는 양육자를 만났을 때 적응하는 방식 중 하나다. (p.174)

 

지지는커녕 지나치게 엄격하고 비판적이거나 신체적 또는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학대 가정이나 비지지적 양육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정서적으로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심리학자 로버트블레와 애비게일 마시의 연구팀은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두려움에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데 문제가 있으며 이런 현상은 편도체의 작은 크기와 편도체에서의 낮은 뇌 활동과 관련이 있음을 증명했다.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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