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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날들 Jul 12. 2024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신미경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신미경


책이 좋다. 마음이 길을 잃을 때 책을 읽다 보면 무겁던 문제들도 한결 가벼워지고, 보이지 않는 길도 걸어갈 용기가 생겼다. 책장을 넘길 때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종이의 질감도, 마음에 스며드는 어떤 문장을 만나는 일도 참 좋다.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던 나는 책 덕분에 외롭던 유년 시절을 견뎠고,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고, 아프고 행복하고 지루하고 때론 밋밋하고 초라하고 눈부셨을 삶의 모든 시간들을 올곧이 껴안을 수 있었다. 오래도록 책을 읽고 기록하는 내가 되고 싶다.


만약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아마도 이런 색감을 가진 책이지 않을까. 많은 의미에서 나와 결이 비슷한 작가의 책을 만났다. 단순하고 담백하게 써 내려간 문장력이 어찌나 탐나던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글을 쓰고 싶고, 우아하고 아름답게 나이들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소소한 목록들까지 모두 다 내 취향 저격이다.


예를 들어, 우울할 때 비싼 초밥을 먹으며 나를 위한 복지를 누린다든지, 일에 찌들어 퇴근할 나를 위해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이불 정리를 한다든지(호텔급은 아니어도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가 주는 위안을 아는 사람이라니.) 무한반복의 노동세계인 집안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생각도.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아주 오랫만에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눈 시간을 선사해준 책.


<오늘의 밑줄>


’무엇을 하는 나‘라는 상상의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푹 빠져 살다 보면 객관적으로 나를 보는 눈을 잃기 쉬운데, 그럴 때 남들이 나에게 어떤 기회를 주는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되곤 했다. 아무리 내가 원해도 털끌만큼의 진입도 허락하지 않는 곳이 있지만 어쩌다 보니 내게 이런 기회가 생겼네!하는 일도 있다.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삶에 스민다. 천재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할 만큼 좋아하는 일은 바로 내가 가지고 태어난 재능이다.(p.26)


정말 좋아하는 일은 고민하지 않은다. 목표를 정해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으니까 별다른 계산 없이 한다. 그런 일 하나를 찾았다면 손에 꽉 쥐고 잘되든지 말든지 계속하는 거다.(p.27)


미리 준비하는 성실함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여전히 일상 곳곳에 스며든다. 습관을 넘어 성향이 되어버렸다.(p.34)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불편함없이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면 거기엔 분명 누군가의 희생이 있다. (p.35)


언제나 답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고, 그걸 발견하는 과정은 어렵다. 고민하지 않은 삶은 없다. 고민하는 그 자체가 어떤 일을, 그리고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그러니 오늘도 자신을 달래는 방법으로 누군가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문장 하나를 찾는다.(p.39)


직장인의 온오프 스위치를 매일같이 확실히 켜고 끄는 일이 직장인으로서 요즘 나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다. 집에까지 일 걱정을 들고 돌아오지 않는 것, 망각 상태로 퇴근 후의 시간을 보낸다. 일에 개인의 감정을 섞는 것을 멈추려고 노력했다. (p1.64)

일과 나는 다르다. 일은 내가 해낼 수 있는 능력 중 하나고, 가끔 성취감과 이 세상에 내가 보탬이 되는 존재라는 생각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 자체를 나라고 말할 수 없다, 나는 일로 생계를 해결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소속감과 명함 하나를 얻었지만, 그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해도 여전히 존재한다.(p165)


모든 것은 결국 연습이다. 지겹도록 인용되는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을 떠나서라도 계속 반복해 익히다 보면 무엇이든 내 것이 될 때가 많다.(p.184)


혼자서 충분히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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