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by 이일우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고 한다. 중세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 버리는 행위에서 유래했다고 들었다. 내게도 유일한 버킷리스트가 있다. 지방의회를 배경으로 지방의원과 의회사무기구 직원들이 주·조연인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다. 외유성 해외연수나 다니고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것이 지방의회의 전모가 아님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다. 특정 직업을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시대이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공중파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녹두꽃>, <어셈블리>, <정도전>의 공통점은 뭘까? 이 작품들의 극본을 집필한 사람이 다름 아닌 국회 보좌관 출신의 정현민 작가라는 점이다. 사극 <정도전>은 방영 당시 19.8%라는 최고시청률을 기록했고 정도전, 이인임, 이성계 등 주요 등장인물의 명대사를 편집한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여전히 인기이다. 평소 사극을 즐겨보지 않던 나도 본방사수를 했을 정도였으니 정치 현장 경험을 실감나게 풀어낸 작가의 솜씨가 일품이 아닐 수 없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뀝니다.’라는 월간 <작은책>의 슬로건을 평소 좋아한다. 나는 여기에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하고 그 글을 드라마로 만들어야 세상이 바뀐다고 덧붙이고 싶다.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가 아닌가. 영화관이나 TV가 아니어도 언제든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내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검토보고서를 잘 쓰고 싶은 직업상 필요도 있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방송작가 데뷔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극본을 직접 쓰는 전업 방송작가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기초의회의 이모저모를 기록으로 남겨서 그것이 언제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를 꿈꾼다. 그렇게 해야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유도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지방의회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태반이 선정적이고 피상적이기만 하다. 언론사와 기자 이름을 가리고 보면 비슷비슷한 헤드라인의 기사가 붕어빵처럼 확대 재생산됐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제도적 허점이나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기사를 찾기 어렵다. 시민들은 평소 지방의회에 무관심으로 지내다 우연히 그런 기사만 보니 마치 ‘지방의회가 늘 저렇지.’라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 10년 가까이 내부자로 일해보니 주민들이 오해하는 지방의회의 모습이 너무나도 많다. 악플보다는 무플이라고 무관심한 것보다 오해가 많은 걸 위안으로 여겨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다. 지방의원도 엄연한 선출직 정치인이다. 투표로 뽑는 정치인의 활동에 유권자가 무관심할수록 지방자치라는 배는 산으로 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지방의회를 소재로 재밌는 드라마를 만드는 버킷리스트를 가진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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