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섭식장애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식단일기도 쓰고 있다. 섭식장애를 고칠 때는 삼시 세끼 꼬박꼬박 먹고 중간중간 간식을 먹어줘야 한다. 간식은 점심과 저녁 사이, 저녁과 잠들기 사이. 예전 다니던 상담소에서 말하길 세 시간마다 음식을 먹어야 공복이 되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배고프면 폭식할 확률이 높아진다. 점심과 저녁 사이는 먹고 싶은 간식을 먹되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하고, 저녁 식사 후 간식은 과일이나 요거트가 좋다. 이때 간식 칼로리는 본식 칼로리보다 낮아야 한다. 무엇보다 부피가 일정해야 하는데, 그래야 위가 적당한 식사량을 인지하고 거기에 적응해 가게된다. 뭐 글로 쓰면 어려울 게 없어 보이지만 나에겐 이것조차 버거울 때가 많다. 이론은 빠삭한데 실전이 엄청 약하다.
이제 체중계에 올라가기가 너무 두렵다. 숫자를 확인할 때마다 어이없어서 웃음만 난다. 이렇게 살이 찐 이유는 자명하다. 차마 난 물만 마셔도 살쪄라는 뻔뻔한 말은 할 수 없다. 일단 이탈리아 음식이 한식보다 칼로리가 높고, 무엇보다 내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었다. 식사로 작은 빵 1개, 파스타, 샐러드를 먹는다. 그런데 면 요리여서 그런지 이상하게 배가 안차서 거의 2인분을 먹는다. 간식으로는 초코칩이 박힌 쿠키 한 봉지 아니면 아이스크림 바 4개, 티라미수…… 식사까진 과식을 한다 치더라도 간식 양을 줄여야 하는데, 도무지 간식을 못 줄이고 있다. 간식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버려서 아예 장을 볼 때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사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이 되면 정말 홀린 사람처럼 지갑을 들고나가 과자나 초콜렛을 사서 기숙사에 돌아가는 길부터 먹는다. 남들이 보면 미친 사람 같아 보일 것이다. 나도 내 스스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음식을 먹고 싶어 할 수 있다니. 주변에서 통제해 주는 사람도 없고, 초콜렛, 케이크, 쿠키가 한국에서 먹던 거 보다 다양하고 맛있으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캐러멜이 줄줄 흐르는 초콜렛, 오렌지 크림이 든 쿠키, 통밀을 갈아 건 과일과 뭉쳐 만든 비스킷…… 맛있는 건 많고 환경이 변해서 오는 긴장감을 먹는 걸로 푸니까 살이 확확 찌고 있다.
폭식을 하면 위가 쑤시면서 욱신거린다. 또한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어 배가 늘어나 살갗도 아프다. 토를 하면 위산이 이에 닿아 치아 부식되고 물을 마실 때마다 이가 시리다.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폭토를 끊을 수 없을까? 스트레스 때문에 폭토를 하는데 그게 결국 더 큰 화가 되어 나를 덮쳐온다.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뭘 하면 좋을지 조차 잘 모르겠다. 요가를 해야 하나, 명상이라도 해볼까. 요즘은 그나마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고 있다.
폭토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고 있다. 다행히 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점점 몸이 망가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토하는 건 최대한 참고 있지만 살찐 내 모습이 너무 싫다.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다. 기숙사의 늘씬한 스페인 여자들을 보며 그 애들의 날씬한 몸, 큰 눈, 높은 코를 보면서 자괴감에 빠진다. 비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괴롭고 힘들어도 극복하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