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는 누구나 다 부자가 될 수 있어요
당장 쉽게 서울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될까
부는 부를 낳고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지므로
영끌해야 겨우 내 몸 누울 수 있는 공간 하나 마련할 수 있는 세상이다
게다가 휴대폰만 열면 접할 수 있는 SNS를 보며 청년들은 쉽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더 가지면 행복할 수 있겠지?"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살 바엔 나도 명품이나 질러버리고 하루를 즐기며 살자!"
이런 마음은 2030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명품을 지른다고 부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내면의 충만함이 없이 생기는 공허함의 구멍에 물질적인 것들로 잠시 때우는 것 밖에 안된다
즉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인 셈이다.
옆동네 친구가 가진 물건은 나도 가져야 하고, 같은 아파트 주민이 가진 차 정도는 나도 몰아야 한다는
생각에 잠식되어버리기도 한다.
물질적인 것은 바라면 바랄수록 욕망이 채워지지 않고 막상 가지게 되면 왠지 모르게 헛헛하고 공허함이 밀려온다.
세상에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내면이 텅 비어 작은 기쁨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여기 손쉽게 부자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
나는 부모님과 1년 내내 텃밭을 가꾼다.
겨울에는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작물을 보호하고,
봄에는 파종을 하고 여름에는 부추, 오디, 상추, 뽕나무열매, 오이, 완두콩을 수확해 먹는다.
긴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되어 땀을 흘리며 심어둔 작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어 마침내 수확을 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아침마다 수확한 것들을 빨간 양동이에 담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갈 때면
명품백 10개를 들고 가는 것보다 훨씬 뿌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내가 정말 이 세상에서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나의 땀과 정성으로 일구어진 텃밭의 수확물들, 세상에 이 처럼 정직한 노동의 대가가 있을까?
작은 성취가 쌓여 큰 기쁨이 되고 유기농 무농약 채소들을 먹으니 건강도 좋아져서
그야말로 1석 2조 인 셈이다.
게다가 이웃과 지인들하고 항상 나눠먹기 때문에 나눔의 기쁨도 2배가 된다
수확의 즐거움을 가장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요리이다
갓 따낸 오이를 고명으로 올려낸 콩국수는 초여름의 별미이다.
직접 콩을 믹서기로 갈아서 한 걸쭉한 국물과 아삭거리는 식감이 일품인 오이와
감자국수의 면과 갓 담은 생김치와 한 입 먹으면 시원함과 고소함이 밀려오며
그야말로 입안의 즐거운 잔치가 시작된다.
날이 선선해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에는 수제 칼국수 요리가 등장한다
직접 밀가루 반죽을 해서 숙성의 시간을 거친 뒤 면을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
밭에서 캔 각종 채소들을 듬뿍 넣고 멸치와 조개들을 넣어 시원한 국물을 낸다
그러면 엄마와 나의 합동 요리 작품인
'채소해물 수제 칼국수' 가 탄생한다
가족들은 자연스레 후루룩 후루룩 땀을 흘리며 면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담백함과 개운한 맛,
그야말로 자꾸자꾸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엄마는 한식, 양식, 중식 자격증과 일식 수료증을 보유하고 있어 요리에 재능이 넘치신다.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그동안 곁눈짓으로 보고 배운 게 있어 작은 요리는 척척,
나도 곧잘 따라 하곤 한다.
여자는 엄마의 생을 많이 닮는다고 하는데 엄마의 손맛을 닮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비가 오는 날 쪽파전과 밭에서 수확한 채소들을 먹은 비빔밥도 빠질 수 없지!
그야말로 자급자족의 건강 밥상인 셈이다
노릇노릇한 쪽파전과 싱싱한 채소가 가득한 비빔밥을 한 입 먹으면
"진짜 혈관에 채소가 흐르는 것 같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음의 기쁨이 더해져 더욱 아삭아삭한 식감이 전달되는 느낌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 되면 수확물도 많아진다.
텃밭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며 비료를 주며 채소들을 관리하여야 한다
한여름이 가고 날은 선선해졌지만 흘리는 땀의 양이 더욱 많아지는 계절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그만큼의 작은 기쁨들이 알알이 모여 나에게 최고의 기쁨을 선사한다
배추, 무, 쪽파, 호박, 구기자, 가지, 단감, 대봉, 열무, 사과대추, 구찌뽕, 호두, 모과, 사과, 고추, 오미자들이 갓 따낸 싱싱한 모습으로 가족의 식탁에 오른다.
특히 사과대추는 가을에 여러 박스 정도 먹곤 하는데. 농약을 치지 않고 유기농으로 키우기 때문에 아주 간혹 귀여운 친구와(불청객) 만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저녁에 TV를 보며 간식처럼 사과대추를 얌얌 거리고 먹고 있을 때였다.
거의 다 먹고 꼭지만 남았는데 그 부분에 뭔가 하얀 것이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세히 보니 이게 웬걸! 흰 애벌레 아닌가!
나는 자지러지며 비명을 지르고 사과대추를 휴지를 싸서 던져버렸다
그 이후로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겨 항상 끝은 남겨두고 먹는다.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시중에 파는 과일들과 채소들에 얼마나 많은 농약을 치는지 깨닫게 되었다.
농약을 치지 않으면 자연스레 벌레가 먹은 자국이 많아진다.
그러나 시중에 파는 것이 벌레 먹은 자국 하나 없는 아주 깨끗한 모양의 것들이 대다수다.
눈에 보기 좋은 것이 꼭 몸에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
오늘도 난 듬성듬성 벌레 먹은 자국이 있는 채소와 과일들을 씩씩하게 먹고
자연의 위대함과 감사함을 다시금 느낀다
밭에서 수확한 사과대추와 일반대추를 햇볕에 바싹 말려서 1년 365일 내내 생수 대용으로 대추와 여러 가지를 끓인 물을 마신다. 저절로 건강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어 좋다
가족들과 함께 땀 흘린 노동들이 '수확'이라는 결실로 나타나는 것이 텃밭 가꾸기의 매력이다.
더불어 건강한 밥상을 매일 먹을 수 있으며 작은 성취들이 쌓여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마치 정정당당히 승부에서 이긴 느낌이랄까,
이토록 싱그러운 수확물들을 내어준 자연에게 감사하며
내 마음속의 텃밭은 그 어떤 건물 부럽지 않은 나만의 보금자리이자 결실의 기쁨이다
나에게 수확이란
'작은 성취'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