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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로 Jun 01. 2023

콘서트를 보러가는 이유

콘서트를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순간의 정적.

조명이 꺼지고, 배경음악도 함께 사라진다.

화면에 거대한 숫자가 뜬다. 10, 9, 8, 7,... 1.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그가 등장한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뇌의 쾌락 중추가 활성화되어 화학물질이 나온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거칠어진다.

볼에 붉은 홍조를 띤 채, 그가 뱉을 첫마디를 기다린다.

환희에 벅차 함성을 지를 미래를 맞이하며.




 


전형적인 공연의 시작이다. 공연을 기다리는 순간은 언제나 설렌다. 티켓팅에 성공하고, 티켓을 배송받고, 공연날 아침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공연장에 도착해 입장하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마침내 조명이 꺼지고 가수가 등장하는 그 순간의 혁혁한 황홀감.


필자는 공연을 크게 페스티벌 유형과 콘서트 유형으로 나눈다.

페스티벌에서는 여러 가수들이 짧게 짧게 공연한다. 매번 작은 시작이 있으며, 각 가수들의 유명곡 정도만을 들을 수 있다. 새로운 아티스트가 무대 위로 올라올 때마다 새롭게 시작된다. 일종의 다대다 미팅 같은 느낌.


반면, 콘서트는 첫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한 아티스트가 온전히 무대를 소화하며(게스트를 부를 때도 있지만),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대표곡부터 덜 알려진 수록곡까지 그 가수의 일대기를 엿볼 수 있다. 관객과의 소통도 더 적극적이며, 아티스트와 대화하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일대일 소개팅 같은 느낌.



필자는 콘서트를 선호한다. 콘서트를 보면, 한 가수가 살아온 삶의 편린을 엿볼 수 있다.

잠시나마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

그를 오래 지켜보며 함께 성장했다면 그 순간이 특히 더 감격적이다.

필자에게는 <미아>부터 <겨울잠>까지,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같이 성장한 아이유가 이 케이스에 해당된다.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세상을 살아나간다는 것은 어느 친구 못지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작년 아이유 콘서트에서 느낀 전율은,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의외로 콘서트 중간에는 다른 생각을 많이 한다. 필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가수의 라이브를 들으면 그가 부르는 곡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가령 밴드 넬의 노래를 들으면 고통스러웠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한없이 밑으로 떨어질 때,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던 순간들. 그래서 그런가, 넬의 노래들은 울적한 날에 찾아 듣게 된다.


또한, 공연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방에 있던 큰 짐을 치운 것처럼 고민거리가 개운하게 풀리기도 한다. 직접적인 해결은 아니지만, 용기와 다짐을 북돋아주는 느낌.

브런치 글을 쓰기로 다짐한 것도 윤하의 콘서트에서 앵콜곡 <Home>을 들으면서였다.



콘서트를 가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 되는 경험이다. 한국인은 떼창의 민족이라 했던가.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우리나라의 특유 문화다. 전통 공연 예술인 판소리, 탈춤, 사물놀이 등에서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무대에 참여했다. 경기장의 경계가 없는 씨름을 보며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앉아 야유하고,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며 경기의 일부가 되었다. 좋아하는 가수, 그리고 그 팬들과 최애곡을 함께 부르고, 황홀경의 경지에 도달하는 찰나는, 콘서트에 와보지 못한 사람들이 결코 겪을 수 없는 순간이다.



아, 정정하겠다. 콘서트에 가본 적이 없더라도, 대학생이라면, 또는 대학생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축제 기간에 각 대학들은 다양한 가수들을 초청한다. 학생들은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공연을 보기 위해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까지 땡볕 아래 기다린다. 타 대학에 보고 싶은 가수가 오면 몇 시간 전에 가서 식음을 전폐하고 대기하기도 한다. 필자가 경희대 축제에 가서 싸이를 3시간 동안 기다렸던 것처럼.


청춘의 하이라이트를 듬뿍 담을 수 있기에,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공연인 이유가 아닐까.



다음 주에 있을 라우브와 검정치마 티켓팅 성공을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친다.

아무래도 콘서트 비용을 절약하는 건 그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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