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월이 화양연화(花樣年華)였네

- 41년의 교직 생활 -

by 전우주

저는 교육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초반이었던 1982년 2월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이후 학교와 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교사, 교감, 교장, 교육연구사, 장학사, 장학관, 교육연구관 등의 직책을 수행하며 일했습니다. 교원으로서는 드물게 여러 직급으로 다양한 직위에서 일했지요. 그리고 2022년 8월 31일에 한 지역의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끝으로 40년 7개월 근무한 교직에서 퇴임했습니다.


사실 법으로 정한 저의 정년 퇴임은 그보다 6개월 후인 2023년 2월 28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년 퇴임에 대한 욕심이 없지 않았지요. 그러나, 교육장 임기 만료 후, 잔여 임기가 6개월인 경우에는 학교장이 아닌 원로교사로 전직해야 하는 내부 규정이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제가 원로교사가 되어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정년퇴직까지 6개월을 남겨두고 의원면직을 하는 것보다 더 고민되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교장, 교육장 등을 했던 경력이 원로교사로서 저와 함께 근무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결국 저는 사직원을 냈고, 교육청은 저의 의원면직을 승인했습니다. 의원면직이란, '원에 의하여 그 직을 면함'이라고 공문에 쓰여 있는데, 흔히 쓰는 문구도 아니고 언제 적 표현인지 어색합니다. 이 문구를 풀어서 써보면, '당신이 희망한 대로 그 직을 그만두게 함' 쯤 될 것 같아요.



저는 사직원을 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결정하고도 학교에 대한 미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로교사가 되어 학교로 돌아간다면 어떨지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제가 원로교사로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 저를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받아주기를 희망하며 절친한 사람들에게 물었지요.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제가 원로교사로 돌아가는 선택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는 것은 대학총장이 강의실로 돌아가 교수로서 다시 강단에 서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의 학교문화와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은 그렇게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결국 저는 더 고민하지 않으려고 제출 기한보다 일찍 사직원을 냈습니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그 무렵, 저에게 딱 맞는 말이었습니다. 하루를 되돌아보며 성찰해도 잘한 일, 못한 일, 가슴 벅찬 일, 아쉬운 일들이 있습니다. 하물며, 저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직이나 휴직 기간 없이 근무했으니 오죽하겠어요.


그동안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여러 학교와 장소마다 기억들이 되살아나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너무 어설프고 부끄러워서 지우고 싶은 저의 흑역사, 두고두고 자랑하고 싶은 일, 아직도 가슴이 따듯해지는 사람들, 오늘 길에서 마주쳐도 아는 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저는 사직원을 낸 그 지점에서 되돌아서 지나온 세월을 마주 보았습니다. 그래도 행복한 기억 속에서 좋은 일들과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아, 제게는 그 세월이 화양연화(花樣年華)였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제 화양연화에서의 경험을 교육 현장에서 노력하는 후배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또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하도록 헌신하는 학부모와도 함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지나온 그 세월을 배경으로 버티고 서서 세상을 향하여 제 목청껏 외치기도 할 것입니다.


이제 저에게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과 하고 싶은 말, 하는 일들이 우리가 꿈꾸는 교육과 세상을 만드는 데 작지만 선명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평생을 교직에서 일한 사람으로서의 마지막 소명이고, 희망입니다. [전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