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離이, 늘於어, 섬島도
봄이 그랬다, 그 3월에 나는 멈춰 서고 싶었다.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던 잔 폭풍이 잦았다. 시작은 11월이었고 3월에 긴 소설 한 편을 마쳤다. 그 중심에 서 있던 마음에 무작정 다가갈 수 없어 서성이곤 했다. 그러다 결별을 다짐했다.
부끄러움을 꾹 참고 나는 다시 나를 취소했다. 번복의 삶, 나에 대한 구차함과 구함 사이에서 대강의 타협을 했다. 구차함을 딛고 나를 구하는 거야.
밸도 없이 텅 빈 속으로 썼다. 마음은 꾸준히 너덜거렸다. 단 일 센티 높이도 안 되는 자판들이 내려가는 몇 톤쯤의 무게가 손가락에 그대로 느껴졌다. 쓴 글들이 손을 타고 올라가 몸속으로 스멀거리고 심장을 들어내며 요동을 치곤 했다.
나의 심장뿐 아니라 다른 글의 무대, 수많은 호흡들을 아무런 보호막 없이 그대로 들이받으며 온전히 나로 살 수 없었다. 집착이 한 곳으로 향할수록 공포도 자랐다. 그 집착은 사단으로 이어졌다.
연두색으로 이쁘게 웅크리고 세상을 즐기는 청개구리에게 시비를 걸었다. 너는 초록인데 왜 '청'개구리야! 그 '청'에 얽히며 빠지는 무수한 욕망의 먼지들이 칼날로 내게 날아들었다. 글도 칼이 되고 글을 쓴 마음도 웃음도 이모티콘도 송곳 같았다.
이 가을, 두 번째 결별을 준비했다. 마지막이야. 취소하라는 태클의 목덜미를 움켜 잡고 이어도를 향해 여행 가방을 열었다.
그러다 알게 된 건, 그다지 위협적이지도 않은 내 상처의 판타지 같은 쓰라림에만 엄살을 피우면서, 어쩌면 더 못돼먹고 날카로운 나의 칼끝이 타인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런가.
에어컨에서는 무풍이라며 찬 바람이 쌩쌩 나오고, 내 머리는 여전히 뜨겁게 지끈거린다.
글멀미, 사람멀미, 내 무거운 마음의 멀미를 오늘 글로 남긴다.
마지막을 취소하면 무엇이 있는 걸까.
결별, 그 아름다운 뒤태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