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네이버 부동산에 빠져 있다.
올해 중 언젠가는 SH청년장기안심주택에 당첨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또 올해 중 언젠가는 이사를 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종암동 주변 일대를 샅샅이 살펴본다.
가장 중요한 집의 크기, 학교와의 접근성, 필요한 옵션 등을 모두 만족하는 투룸 신축 빌라에 들어가려면 집값은 보통 2억을 웃돈다. 보증금 지원을 받을 걸 생각해도 내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억'만 있음 좋겠단 허망한 꿈과, 올해는 비트코인이 얼마나 오르려나 하는 의구심, 그리고 이래서 뉴스 속 청년들이 빚투와 영끌을 한다는 거구나, 하는 공감 아닌 공감이 밀려온다.
서른 살 먹도록 1억도 못 모으고 무얼 했는가...라고 스스로를 탓하기엔, 인문계 대학원생 중 서른 살에 자력으로 1억을 모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싶긴 하다. 1억은 객관적으로도 적지 않은 액수이다.
네이버 부동산을 보고 있노라면, 올해의 모든 프로젝트에 다 참여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20대 땐 결혼을 하고 내집마련에 성공하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세간의 기준을 납득하지조차 못했었다.
치기 어린 마음에, 그렇게 정해진 평범한 인생은 재미가 없지 않겠냐고 떠들어대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혼자 자취한 세월이 벌써 5년이 넘어가서인지, '남들'의 보편적 욕구를 머리로 이해함은 물론 마음으로 공감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의 욕심으로 소위 명문대를 졸업하긴 했지만, 적어도 그 이후에는, 좋은 학점으로 로스쿨을 졸업하고 전문직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세속의 평범함을 거부하던 나로서는 깨나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성장일까 타락일까?
계륵 같은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왔었다.
시간을 생각하면 하지 않아야 하는.
돈을 생각하면, 아니 집을 생각하면,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는.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