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생각하고 관극한 사람의 많이 아쉬웠던 후기
(스포 있음)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10주년을 맞아 올해 돌아왔다. 나는 관심에도 없었는데 4월에 부산까지 뮤지컬 <드라큘라>를 보러 갔다가 전동석 배우님 한태 감겨서 어쩌다 보니 보게 되었다. 사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전석 매진 회차도 많고 인기가 진짜 많았다. 이번에 지방공연이 없다고 못을 박아서 사람이 더 몰린 것 같다. 그래서 ‘내 자리는 없구나’ 생각했는데 4차 티켓팅에서 친구가 1층 9열을 잡아줬다. 심지어 전석매진 회차에, 동빅카괴 회차를 말이다...
나는 뮤지컬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책 ‘프랑켄슈타인’만 알고 보러 갔는데, 책에서 느낄 수 있는 복잡한 감정을 다시 느끼기에는 많이 아쉬웠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개인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선과 악의 공존이었다. 분명 이전까지는 가장 불쌍한 존재였던 괴물이 빅터에게 끔찍한 복수를 하는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추악하고 잔인한 존재가 되고,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세상과 단절하면서까지 괴물을 창조하는 강한 빅터가 그 무엇보다 약하고 여린 존재라는 것처럼 말이다. 뮤지컬에서는 단순히 악은 인간이고, 선은 괴물인 이분법적으로만 드러낸다. 다시 말해 괴물을 단순 피해자, 선인으로만 만들고, 인간을 가해자로 만든 것이다.
괴물을 단순한 피해자로 만들다 보니 괴물 자체의 서사가 너무 납작해졌다. 괴물이라는 하나의 존재에 공감을 하고, 측은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피해자라는 타이틀에 초점이 맞춰져서 개인의 범위에서 공감을 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리고 괴물에게만 면죄부를 준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정서적으로든, 인지적으로든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등 선한 것을 강조하다 보니 책의 묘사에 비해 괴물이 덜 성숙하게 표현되었다. 책의 괴물은 능동적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에 비해 뮤지컬의 괴물은 정말 수동적으로 행동했다. 물론 넘버 ‘난 괴물’에서 극적으로 지능이 높아지는 것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마지막 북극에서 자신이 먼저 죽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빅터가 죽고 난 후 괴물의 복잡한 심정 묘사를 좋아했는데, 뮤지컬에서는 괴물이 먼저 죽었다. 괴물은 복수에 성공했다는 기쁨의 감정만을 느끼고 죽었다. 기쁨과 절망, 슬픔의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지 못했다. 끝까지 자신의 감정에만 사로잡힌 아이처럼 달려갔고, 그렇게 아이처럼 죽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성숙하지 못한 피해자이자 선인이 돼버린 괴물, 이기적으로 자신의 욕심만을 가진 가해자 인간이라는 단순한 플롯에서 결국 악인이 슬픈 최후를 맞는 결말까지 정말 단순하고 흔한 스토리가 되었다.
책이랑 비교했을 때는 많이 아쉬웠지만 뮤지컬로써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보였다. 마지막 엔딩에서 빅터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관객들에게는 가장 합당한 엔딩이었을 것이다.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최대한 3시간 남짓한 시간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어둡고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들을 자크 등 새로운 캐릭터들을 넣으면서 가벼우면서도 주제를 더욱 부각했다. 그렇지만 소설의 양이 방대했기에 다 넣기는 무리였다. 주인공, 스토리의 서사가 빈약했고, 빠진 부분이 계속 드러나면서 뭔가 이질적이고 밍숭맹숭한 뮤지컬처럼 느껴졌다.
책이랑 많은 부분이 달랐다. 사소한 이름부터 빅터의 약혼자가 빅터의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빅터가 부모님을 잃고 약혼자의 집에서 살았는 것 등 보면서 ‘잉?’ 하는 부분이 많았다. 조금씩 다른 것이 아니라 아예 뒤집어서 정반대로 설정이 되어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책과 분리해서 생각해 보니 나름 만족스러운 뮤지컬로 느껴졌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책과 다른 2차 창작물이라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뮤지컬 자체는 정말 자극적인 한국인용 매운맛 뮤지컬이었다. 그냥 쉴 틈 없이 감정적으로 힘들고 슬프다. 더군다나 배우들의 연기랑 노래가 정말 대박이였다. 전동석 배우님은 말할 필요도 없고, 카이배우님도 정말 잘하셨다. 물론 한 페어만 봤지만 둘의 페어 합이 정말 좋았다. 뮤지컬 자체가 연기, 노래 차력쇼였다. 미친듯한 고음을 내야 하고, 미친듯한 저음도 한 공연에서 불러야 하는 보는 사람도 깜짝 놀랄 만한 난이도였다.
오랜만에 대극장 뮤지컬을 봤더니 대극장만의 화려한 세트장과 많은 앙상블들이 너무 좋았다. 넘버 ‘단 하나의 미래’에서 열연하는 두 배우들 사이에서 앙상블들의 움직임이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흔치 않은 주연 6명 모두 1인 2역을 하는 뮤지컬이란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뮤지컬이 긴 만큼 1막과 2막이라는 다른 뮤지컬을 본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정말 개인적인 후기지만 처음에는 책과 비교해서 너무 많이 아쉬웠고, 공연을 보면서 울지도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넘버를 무한으로 듣는 병에 걸렸다. 하루종일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생각만 나서 슬프고, 힘들었다. 눈물이 났다. 거의 1주일 동안 그랬다.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진국인 뮤지컬인 것 같다. 이번에 10주년이라 그렇게 광고를 해놓고 지방에는 안 내려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의 행복회로로 10주년의 앵콜공연으로 와서 지방투어를 오랫동안 돌 것이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