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세 개의 가방이 있다. 하나는 친구와의 약속이나 가벼운 나들이에 필요한 소지품을 담는 작은 가방, 또 하나는 취미인 사진 촬영을 위해 사용하는 카메라 가방이다. 마지막은 노트북을 담는 가방으로, 각각의 업무와 실용성을 상징한다.
카메라 가방에는 DSLR 카메라, 여분의 배터리, 대용량 하드디스크, 렌즈용 필터와 내가 좋아하는 단렌즈 및 메모리 백업용 젠더 등이 들어있고, 노트북용 가방에는 노트북을 비롯한 마우스, 전원 어댑터, 백업용 USB, 포인터와 메모리 등이 담겨있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가방 하나쯤은 꼭 필요한 동반자가 되었고, 먼 곳을 여행할 때면 더 큰 가방이 필요해진다. 젊은 시절엔 왜 여성들이 가방에 그토록 애착을 가지는지, 소위 명품 가방에 마음을 빼앗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소지품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가방의 필요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위생을 위해 치약, 칫솔 등은 물론이고 각종 비타민, 그리고 일회용 안약도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집에만 있거나 직장에 머무를 땐 가방이 필요 없었지만,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기면 가방 하나쯤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느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가방의 용도와 쓰임새는 세 가지 모두 달랐고, 상황과 역할 또한 많이 달랐다.
최근에 발견한 사실인데 가방을 들고나가는 나의 모습을 관찰하는 우리 부인의 눈초리가 우연히 나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모습은 노트북 가방에 정장 차림을 하고 나가는 모습이었고, 가장 싫어하는 눈초리는 카메라 가방을 메고 청바지 차림으로 나가는 모습이었다.
작은 가방을 가볍게 들고나갈 때는 부인의 눈길에서 특별한 반응을 느낄 수 없다. 이러한 실제적 정황에 따라 추론을 도출해 보면 결과 값에 대한 차이에서 기인한 실질적 현상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즉 노트북 가방을 들고나갔다 오면 통장의 잔고가 늘어나고, 카메라 가방을 들고나갔다 오면 통장의 잔고가 줄어드는 극명한 차이점이 포착된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글자가 새겨져 있고 생김새도 제일 예뻐 보이는 카메라 가방이 가장 멋지고, 사무적이며 각져 보이는 노트북 가방이 자장 못나 보이지만 실상과의 시야 차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었다.
앞으로도 이 세 개의 가방은 나와 함께 할 것이고, 나의 분신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나 보는 이의 관점과 나의 관점은 분명 달랐고 차이가 확연히 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제라도 DSLR 카메라로 늦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부인의 모습을 담아보면 어떨까?
나는 현재도 세 가지 모습으로 이 세상과 공존의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고 있다.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예술, 세계사, 문학 등 수많은 장르를 아우르며 말이다.
내일 아침, 세 개의 가방 중 어떤 가방을 들고 나설지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