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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앞에서의 기다림

이끌어 주거나, 기다려 주거나...

by 시마

오래전, 아이들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칠 때였다.

처음엔 비틀거리며 넘어지기도 했지만,

조금씩 균형을 잡고, 바람을 가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는 함께 더 멀리, 더 어려운 길을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종종 뒤를 돌아보며 아이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호등 앞에서 그 일이 있었다.

나는 먼저 파란불을 건너갔지만,

아직 익숙지 않은 두 딸은 뒤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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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손짓하며 말했다.

“위험하니까 건너지 말고 그대로 있어.”


그리고 다시 빨간불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 짧은 순간, 혼자 길을 건넌 나와

건너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갭이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가르치는 일도 자전거의 경우와 유사하다.
혼자 달려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지만,
때로는 함께 멈추고, 함께 건너는 순간이 필요하다.

성장은 홀로 건너는 연습이지만,
사랑은 끝내 함께 건너는 기다림이다.
그 둘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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