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한 잉크는 진한 얼룩도 남긴다

더 잘해보려다...

by 시마

프린터의 검정 잉크가 떨어졌다.

대용량 잉크통에서 작은 카트리지용 잉크통으로 옮기는 작업.

KakaoTalk_20250904_221015799.jpg 긴박한 상황을 찍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별것 아닐 거라 생각하며 조심스레 시작했지만,

뜻밖의 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거꾸로 기울여도 잉크가 잘 흐르지 않았다.

그래서 살짝 눌렀을 뿐인데,

압력이 순간적으로 가해졌는지

뚜껑 부분에서 검은 잉크가 터져 나왔다.


하얀 방 안에서,

검은 잉크는 더 선명히 눈에 띄었다.

“아, 이건 빨리 닦아내지 않으면 지워지지 않겠는데?”


서둘러 A4 용지를 꺼내 잉크통을 받쳤고,

알코올 솜으로 바닥을 닦아냈다.


하지만 이미 손바닥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잉크통도, 내 손도 다시 닦아내야 했다.


그 순간, 다짐이 떠올랐다.

"나는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다."


지금 이 방 안은 너무 위험하다.

욕실로 잉크통을 옮겼다.


잉크통을 닦아서 정리했고,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내 손을 여러 번 씻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잘 닦이지 않던 사기 재질의

변기와 세면대에 묻은 잉크를 말끔히 닦아내는 일이었다.


오늘 몸소 하나를 깨달았다.

실수 하나가 남긴 흔적을 지우는 일은,
애초에 하려던 일보다 곱절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때로는 더 잘해보자고 실행한 선택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참고 : 왜 방바닥이 더 잘 지워지고, 변기와 세면대는 지우기 힘들었을까?


a. 방바닥 - 장판(PVC), 나무 등의 바닥은 코팅된 마루라서

표면이 상대적으로 매끈하고 코팅층이 발수성 (물이 스며들지 않음)


b. 변기/세면대 - 세라믹, 도자기는 유약을 입혀 매끈해 보이나 표면 재질에

미세한 기공(작은 구멍)이 있어 안료가 깊숙이 스며들기 때문





keyword
이전 24화단지 선택할 뿐,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