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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비, 창밖의 나

소나기를 바라보며 스친 단상

by 시마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며 많은 비가 유리창을 때리고 있었다.

천둥 번개와 함께 많은 비가 쏟아지던 그 순간,

아내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에 실내에 있는 기분이 참 좋아.”


밖에서 비를 맞는 것은 싫지만,

실내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묘한 안정감이 든다는 것이다.

20250814_023326.jpg 창밖의 비가 유리창에 아름다운 수를 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에 잠겼다.

창밖의 비를 바라보니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었다.


내 아이들이 어릴 적, 함께 소나기를 맞기 위해

일부러 밖으로 뛰쳐나갔던 기억.

비에 흠뻑 젖은 채 뛰고 웃으며,

자연에 몸을 맡기던 순간의 해방감.


그 장면은 내 어린 시절과도 이어져 있었다.

동생과 함께 소나기를 맞으며 달리던 기억.

그때의 나는 비를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창밖의 빗방울을 따라 흘러가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이 듦과 함께 현실에 부딪치면서,

나는 동심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비를 피하며 안도감을 얻는 대신,
비를 맞으며 자유를 즐기던 마음은
어느새 희미해진 듯했다.

어른의 동심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비를 피하지 않고 맞으며,

그 속에서 스스로의 세계를 창조한다.


반대로 성인은 점점 안전과 통제를 택한다.

이는 생존에 필요하지만,

동심의 자유를 잃는 대가이기도 하다.


‘비’는 이중적인 상징을 갖고 있다.


동양에서는 씻김과 순환의 의미를,

서양에선 카타르시스와 자유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즉, 비는 언제나 두 가지 길을 동시에 보여준다.


'안에서 바라보는 안전함'과,

'밖에서 맞이하는 해방감'.


아마 어른이 된다는 건

그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찾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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