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원해야 움직인다.
"아이들이 책을 좀 읽었으면 좋겠다."
라고 진심으로 생각한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책을 읽으면 똑똑해진다는 말을 막연히 믿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따금씩 책을 권하긴 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독서를 어려워했고 그래서 즐기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삶의 고비에서 책의 도움을 크게 받은 일이 있다.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 독서는 서서히 취미가 되었고
비로소 책이 주는 즐거움과 그 힘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독서의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시기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겪은 희열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억지로 독서시간을 만들었지만,
아이들은 금세 지루해하였고,
그것은 그저 또 다른 숙제가 될 뿐이었다.
그래서 환경을 바꾸는 방법을 고안했다.
TV를 치워버리고 아내의 양해도 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에너지를 더 쏟는 것 같았다.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책은 스스로 필요를 느낄 때 찾게 될 것이란 것을...
다른 이의 강요나 의도적 환경 조정으로는
마음이 열리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돌이켜보면 결국 나 또한 그러했다.
삶의 어느 순간, 어느 경험을 통해
나의 책장도 넘겨졌다.
이후로 지금은 나도 달리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억지로 책을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언젠가 찾아올 계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아이들이 조금 더 일찍 넘어지고,
그 안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경험을 통해
책을 찾게 되는 순간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이는 독서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만
새로운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러 경험이 있었기에
같은 책을 읽더라도
좀 더 폭넓은 해석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 참고 : 독서의 목적
역사적으로도 독서는 언제나 계기에서 출발했다.
근대 유럽에서는 종교적 물음을 풀기 위해,
동양에서는 과거 시험준비를 위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삶, 도를 구하는 철학서로
책을 찾았다.
즉, '읽기'는 강요가 아닌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늘날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적동기(Intrinsic motivation)'라고 부른다.
외부의 보상이 아닌, 내 안의 갈증이 있을 때
학습과 성정의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난다.
결국 책은 강제로 열리지 않을 것이다.
삶이 건내는 작은 질문을 통해서
가장 단단한 독서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