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우유를 많이 구입하게 되었다.
우유팩이 이렇게 많이 나올 수 있을까 싶게 많이 나온다. 분유를 먹던 둘째가 돌이 지나면서 우리 집 우유 구입량은 더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우유팩이 쌓이는 건 일상 일 것이다. 일반 종이와 달리 고급 재질로 이루어져 잘 배출한다면 재활용이 아주 좋다. 하지만 잘 배출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르고, 씻고, 말리고의 과정을 거쳐 차곡차곡 모아두어야 한다. 아파트에서 우유팩만 따로 분리수거하는 곳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일반종이들과 함께 버리곤 했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우유는 성장기인 유아, 어린이, 청소년에게 하루 약 500ml의 양을 권장하고 있다. 밥을 잘 먹는 아이는 400ml, 잘 안 먹는 아이는 600ml까지 권장된다. 그 이유는 칼슘의 섭취 때문이다. 아기의 경우 하루 칼슘 섭취량이 500mg 이상 요구된다. 이유식이나 유아식으로 섭취를 한다고 하더라도 추가로 요구되는 양이 있고, 우유 약 100ml에는 칼슘이 약 100mg이 들어있어 500ml를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그 외에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고, 비타민 무기질 지방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간편하게 아이에게 제공하기 좋아 자주 먹이고 있고, 그에 비례해 우유팩 또한 넘치는 실정이다. 유치원에서 재활용 관련 동영상을 본 아이가 선생님과 이야기도 나누어보고, 지구가 아프다는 말을 종종 한다.
아이와 다 먹은 우유팩을 자르고, 씻고, 말린 후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모양으로 입을 위아래로 나누고, 머리카락을 붙이고, 뒤에 막대를 붙여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었다. ‘자 어때? 이제 이 친구는 우유핑이야’라고 이름을 붙여 혜림이에게 주었다. ‘혜림이가 먹은 우유팩이 다시 장난감이 되어 지구가 아프지 않을 거야’라고 말해주었더니,
“ 음...
이건모지! 지구가 아프지 않은 게 맞나? 내 마음이 아픈 거 같기도 하고 이제 나에겐 좀 더 전문성이 느껴지는 티니핑 이나 시크릿쥬쥬 같은 장난감은 만날 수 없는건가?“
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분리배출도 하고, 아이에게 장난감을 만들어주거나, 집안에서 활용하는 방안으로는 우유팩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
옆집 아는 동생에게 ‘넌 우유팩을 어떻게 버려?’라고 물었더니 그냥 종이와 함께 버린단다. 좀 생각 없이 버리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이 때문일까? 나는 나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버리고 싶어졌다. 그동안은 나 또한 씻고 자르는 게 귀찮아 일반종이로 넣은 적도 있다. 열심히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동사무소에 가져다준 적도 있지만, 한 번은 동사무소에서 퇴짜를 맞은 일도 있었다. 예산이 없다며 수거를 하지 않는다고 받아주지 않았다. 그동안의 나의 수고가 너무나 쓸데없는 일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살림 같은 곳에서도 수거를 하는 거 같은데 장소도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들고 주민센터보다 들고 가기 더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재활용 가치가 높은 종이팩들이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견된다고도 한다. 내부 코팅 재질 때문에 우유팩 재활용엔 별도 작업이 필요한데, 일반 종이와 함께 섞여 배출되면 재활용되지 못하고 오히려 폐기물로 분류되어 처리비용만 더 발생한다고 한다. 가정에서 배출 시 우유팩이 종이류와 섞이지 않게 분리배출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보면 우유팩을 따로 두는 곳 없이 종량제로 버리거나 종이류에 섞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우유팩은 종이류와는 엄연히 다른 재질이고, 100% 천연펄프를 사용하는 우수한 자원으로 올바르게 수거되어 재활용하면 화장지 등을 만들 수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재활용 비율은 22%에 불과하며, 현재는 더 줄어들어 한 환경단체에서는 재활용비율 15.8%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도 보았다. 현재 80% 가까이 종이팩이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생산자가 책임지고 수거하도록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품목임에도 기업이 제대로 수거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별도의 분리수거함 설치 및 세척등 분리수거 방법에 대한 홍보도 필요해 보인다.
기업이 아닌 지차체에서는 종이팩과 화장지를 교환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한시적이고 얼마 전엔 예산이 없어 진행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다.
그래도 종종 시행하는 지자체가 있어 모으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참고로 종이팩 1kg 기준으로 화장지 등으로 교환해 주며 1kg은 900ml 우유팩기준 1팩당 30g 정도이니 32개 이상은 모아서 방문해야 할 듯하다.
종이팩은 빨대, 비닐 등 종이팩과 다른 재질은 제거하고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군뒤 펼치고 잘 말려서 배출해야 한다.
종이팩은 살균팩과 멸균팩으로 분류되며, 살균팩은 냉장보관이 필요한 우유, 주스등에 사용되고, 고급화장지로 재활용이 가능하며, 멸균팩은 상온보관이 가능한 우유, 소주등에 사용되며, 내부에 알루미늄 코팅이 되어 있어 빛과 산소를 완전히 차단하기 때문에 보존기간이 길고 상온 유통이 가능하며, 알루미늄과 황색 펄프가 사용되어 재활용 제품의 품질과 백색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페이퍼타월 등 일부 용도를 제외하고는 재활용이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재활용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살균팩과 멸균팩을 분리 배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현재 동주민센터에서 화장지 등으로 교환해주기도 하지만 해당 지자체 확인이 필요하고, (주)홈스토리생활에서 운영하는 닥터주부 또는 제로웨이스트샵 사이트를 통해 우유팩을 보내고 포인트를 받아 스토어에서 사용할 수도 있으며, 아이쿱, 한살림, 두레생협 매장을 방문하여 배출하는 방법도 있다.
우유팩에 관심을 갖기 전엔 우유팩의 종류에 따라 재활용이 다르게 이루어지는지, 인터넷 사이트에 우유팩을 받아주는 곳이 있는지 몰랐던 게 사실이다. 적극적으로 재활용하고자 하는 마음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관심이 생기고 이것저것 찾아보며 알게 되었다. 재활용의 범주를 넘어 탄소 줄이기 지구 살리기라는 문구까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한 거 같고 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다.
관심이 중요하다. 내가 보인 관심은 변화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