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기는 귀찮고,
너의 감기는 슬프다.
감기에 걸렸다.
코끝이 찡 하며 재치기가 나오더니 콧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휴지를 달고 살게 되었고 목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목에 통증을 참아내고 콧물을 한바가지 받아낼쯤, 목이 답답해져오고 가래가 목을 죄어오는 듯하다.
밤에 누우면 한쪽 코가 막혀 반대로 누워 뚫어보고, 양쪽 코에 숨을 몰아 쉰 뒤 다시 코가 막히면 다시 반대로 누워보기룰 여러번 하며 아침이 왔다.
나의 감기는 환절기 종종 있는 일 이며, 몸 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몸으로 느끼며 끝이 보이는 것도 스스로 알 수 있다.
아프기도 하지만 귀찮음을 느낀다.
하지만 너의 감기는 다르다.
자세히 몸 속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열이 나는지 기침을 하는지 콧물이 나오는지 살핀다.
체온계는 꼭 옆에 두고 수시로 재본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고 교차해서 먹일 수 있도록 시간을 보며 준비해두고, 이마에 열내리는 패치도 붙여둔다 미지근한 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주기도 한다.
귀찮다며 아이가 발버둥을 치면 조심히 뒤로 물러나고 잠잠해지면 또 살짝 닦아보고를 반복하며 뜬 눈으로 밤을 보낸다.
"<100 인생 그림책> 에서 33. 잠이 모자라도 버티는 법을 배우게 될거야" 라는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33보다 한참이 지나서야 잠이 모자라도 버티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하고 걱정한 적이 있는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