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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hhhye Aug 09. 2023

불이 꺼져가는 생명들

2023.06.14




1)  헤엄 못 치는 물고기

> 식구들은 항상 ‘식물이 죽어간다’, ‘강아지 좀 키워달라’, ‘이건 어떻게 키워야 하냐’며 우리 집을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 집이 동, 식물병원이 된 것 같다. 주로 식물은 할머니가 담당하고 동물은 엄마를 주축으로 오빠와 내가 담당한다. 이번엔 물고기를 키워달라는 외삼촌의 부탁이었다. 한 10마리 정도 됐던 것 같다. 우리도 처음 키워보는 물고기이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모든 물고기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외삼촌은 값이 싸니 그냥 막 키우다 죽어도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 값싼 생명이란 어디 있고 누가 감히 그렇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는 내 최선을 다해 나와 같이 살아있는 생명들을 지켜주기로 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할머니에게 배웠다. 식구들은 죽어가는 식물을 보며 할머니에게 고생하지 말고 버리라고 말하지만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식물을 보살핀다. 할머니의 노력과 성공이 항상 비례하진 않았지만, 할머니는 불이 꺼져가는 여러 생명의 불을 다시 지펴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배운 것 같다. 불어 꺼져가는 생명의 불을 다시 지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렇게 물고기들이 우리 집에 온 지 2년 만에 어항의 크기가 처음보다 5배가 늘었고 물고기 또한 5배 정도 더 늘어 이젠 바글바글한 어항이 되었다. 매일 밥 주러 어항 앞으로 갈 때마다 바글바글 모여드는 물고기를 보며 이들의 소중한 생명이 살아있음을 또 한 번 느낀다. 그러다 아픈 물고기들이 한 마리씩 보인다. 몸의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배가 하늘을 보고 있었다. 저 물고기의 불이 꺼져가는 느낌이었다.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난 저 꺼져가는 생명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급하게 물고기를 다른 통에 물에 약품을 풀어 기포기와 온도계를 넣어주고 혼자 격리시켜 주었다. (우린 이제 그곳을 응급실이라고 부른다.) 몸이 맘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지느러미는 그 누구보다 힘차게 휘젓고 있었다. 그런 물고기를 보며 매시간마다 보러 올 테니 무서워말고 버텨달라고 눈짓하였다. 나를 포함한 식구들은 곧 하늘나라로 갈 것 같다며 걱정했다. 2일 정도 지났을 때 물고기는 본인의 균형을 찾았다. 그 모습을 보았을 때 가슴이 뜨거워졌다. “너도 살고 싶었구나”. 그렇게 나도 불이 꺼져가는 물고기의 생명에 다시 한번 불을 지펴주었다.





2)  SOS 하는 생명들

우리 집이 단독주택이 가득한 동네이다 보니 고양이, 제비, 강아지 등 동물들이 많이 있다. 한 어미 고양이는 우리 집 마당 안쪽에서 새끼를 낳아 돌보았고 제비는 4년째 우리 집에 집을 만들어 지내다 여름에 떠난다. 한 번은 그 모습이 갑자기 웃겼던 내가 식구들에게 우리 집엔 육해공이 다 있다며 머리를 저으며 웃었다. 



      2-1) 올 해도 우리 집으로 와줘서 고마워. 제비야.

 가끔 집에 오는 식구들은 제비를 보면 신기해한다. 그리고 본인들도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우리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알아서 크는 중이라 말한다. 우린 제비의 똥테러에 이미 지쳐있었다. 일부로 신발에만 조준해서 싸는지 궁금할 정도로 아끼고 자주 쓰는 물건에만 그렇게 변을 남기고 간다. 한 번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제비에게 방세 낼 거 아님 내년부터 오지 말라고 말해버렸다. 그렇게 말을 하고 그 언저리 어느 날의 저녁이었다. 제비들은 집 높은 곳에 집을 짓기에 제비가 오는 시기엔 눈이 부실까 마당 불을 켜지 않는다. 그러다 비가 많이 오던 날 불을 켜보고 싶어 켜봤다. 제비가 본인의 자리에 없었다. 새끼들만 집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어디 있나 찾아보니 재활용 쓰레기통 위에 앉아 몸을 이리저리 쪼아댔다. 비가 와서 다친 건 아닌지 걱정이 됐지만 내가 다가가는 게 불편할 것 같아 그냥 멀리서 지켜봤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난 눈을 피하지 않았고 제비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쓰레기통에서 내려와 총총 점프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이라 얘가 왜 이러나 무서워서 뒷걸음질 쳤다. 제비는 어느 정도 나에게 다가오곤 걸음을 멈춘 채 계속 나를 쳐다봤다. 마치 나에게 집을 짓게 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제비가 집을 지을 정도의 장소면 우리 집과 가족을 믿는다는 것 아닐까? 저 작은 생명이 집을 짓고 본인의 가족을 지키려 노력해겠거니 라는 생각이 드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서 처음으로 인터넷에 제비를 검색해 봤다. 나는 어딜 가나 제비가 많은 줄 알았다. 아니었다. 가뭄이 심해 짐에 따라 먹이가 되는 곤충이 감소해 제비의 수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제비가 많이 찾아온 단양군엔 제비마을을 만들어 관광지로 만들 만큼 제비는 사람들에게, 우리 삶에게 ‘반가운 존재’였다. 그 해에 제비를 보내고 다음 해인 2021년 봄과 함께 제비가 찾아왔다. 제비가 집을 알아보러 다니듯이 우리 집에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나도 모르게 웃었다. 이곳에서 자란 새끼가 온 것인지, 아님 아예 다른 제비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비가 편히 우리 집을 구경할 수 있게 제비가 찾아오면 마당에 있다가도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속으로 “올 해도 우리 집으로 와줘서 고마워. 제비야”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저 작은 생명이 무사히 자라 떠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며 난 제비의 할머니가 되어주기로 했다.



      2-2) 애 키우기 힘들지, 노랭아.

언제부턴가 집 마당 어딘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고 마당 곳곳에 고양이 털이 뭉텅이로 빠져있었다. 우리 집 강아지 코코가 마당에 나오면 항상 같은 곳을 보고 짖었다.(코코는 고양이를 싫어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쌓아놓은 물건을 치웠더니 한 고양이가 앉아서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보통의 고양이라면 바로 도망간다. 그런데 뻔뻔하다 할 정도로 가만히 있었다. 웃기고 신기한 마음에 엄마와 할머니를 불렀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새끼를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 며칠 있다가 정말 새끼를 낳았다. 고양이가 황톳빛의 색이어서 우린 노랭이라고 불렀다. 혼자 새끼를 낳는 고양이가 딱했는지 엄마는 고양이 사료를 사와 물과 함께 주었고 고맙게도 고양이는 먹어주었다. 그러다 내 방에서 문을 열고 컴퓨터를 하고 있다가 마당 쪽을 봤는데 노랑이가 마당 한가운데 있었다. 그러더니 화분에 물을 주려 받아놓은 대야의 물을 쭈뼛쭈뼛 마시기 시작했다. 길고양이는 경계심이 강하다. 그런 고양이가 마당에 있는 대야에 와서 물을 마실 정도였음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딱했다. 엄마도 “혼자서 애 키우기 힘들지, 노랭아”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마시게 두었다. 물이야 다시 받으면 그만이니깐.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새끼를 데리고 노랑이는 떠났다. 그리고 가끔씩 동네에서 만난다. 그럼 와서 배를 보여주며 들어 눕는다. 노랑이는 이제 동네에서 나와 제일 친한 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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