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 끝을 낼 수 없을 것 같아서
첫 말을 꺼내면서부터
눈물이 같이 나올 것을
가슴이 알고 있었으니까.
두 해가 바뀌는 동안 몹시 모질게도
단 한 글자도 쓰려고도
아니, 늘 앉던 책상과 의자도
멀리할 수밖에 없었어.
정리되지 않은 서러움과 힘겨움, 혹은
어리석음, 뭐 그런 것들이 부끄럽기도 하고
숨부터 쉴 수 있어야,
눈물이 쉬고 있어야 하니까.
무작정 쉬지 않고 움직이면,
슬픔의 조각도 후벼파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그저 스쳐 지나가게,
그 정도는 나도 견딜 수 있으니까.
첨언: 2025년 3월 27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걷기를 하다가 오늘은 어제보다 마음이 편안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쌀쌀한 듯하지만, 분명 봄기운을 담고 있는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서럽지 않았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내 발끝에서 약간의 힘이 느껴졌다. 자녀를 키운다는 것이 절대 만만치 않은 것이고, 절대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는 것을 이론으로 알고 있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 조금은 이렇든 저렇든 그냥 흘러가게 둘 수 있는 마음과 여전히, 어찌해야 할지 몰라 힘겨워하는 복잡한 것들이 나를 어정쩡하게 붙들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피부로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던 것은 분명하다. 밖으로 나와 걷기를 선택한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잘했어.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의 길을 걷는 거야. 그러면 되었어. 아이가 손 내밀 때, 그때, 할 수 있는 것을 해줘. 너도 힘내고, 아이에게도 힘내라고 응원해줘. 그러면 되었어. 잘 하고있는 거야.’